[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잡으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 명분이 사라진 데다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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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3일 발표한 ‘5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이는 2월 전망치(2.1%)보다 0.4%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정부도 통상 6월 하순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성장률이 대폭 상향된 것은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1.3%)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분기별 성장률이 0%대를 벗어난 것은 2021년 4분기(1.4%) 이후 처음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내수경기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된 데 따른 결과다.
우리나라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도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민간 소비 등이 살아날수록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금리를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성장률 상향조정에 따른) 물가의 상방 압력이 있어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3.1%에서 2.9%로 떨어졌지만, 목표 수준(2%)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 유가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뒤로 밀리는 분위기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최근 지표가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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