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지난해 11월 22일 카카오다음이 1200여개 검색제휴매체의 검색 기본값 배제 이후 나온 인터넷 매체의 하소연이었다. 150여개 CP사(Content Provider)만 남기고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원사를 비롯한 인터넷뉴스 매체 50개사는 지난해 12월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민사부(재판장 이진혁)는 약 6개월 후인 지난 23일 가처분 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검색기본값에서 검색제휴사를 배제하는 행위는 검색제휴사들의 취재와 보도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언론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어떤 조건이든 ‘배제’ 그 자체가 이미 차별이다. 취재·보도의 영역 침해가 아니라지만 포괄적 의미에서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터넷매체는 기존의 기득권 언론집단과 정치집단에 의해 차별을 받아왔다. 이번 판결은 ‘갑’에 대한 우선적 지위를 인정한 기득권 영합이자 정략적 판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단과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판교 소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규탄 성명을 하고 있다. 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왼쪽 세번쨰)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언론에 대한 정의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보의 거래'에 대한 원초적이며 일반적 생각을 이해(利害)적으로 해석한 판결이다. 포털은 출발 시점, 신문의 기사(데이터)를 필요로 했다. 당시는 역설적이게도 갑을관계가 역전돼 있었다. 뉴스 제공을 대가로 비용을 지불했던 포털은 어느 시점이 지나자 축적된 데이터로 언론의 대행사 역할을 하기에 이르뤘다.

재판부는 카카오다음의 검색 제한은 영업의 자유와 더불어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해 못할 대목이다. 카카오다음이 영업의 자유를 가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다르다. 표현의 자유는 언론의 대체 역할을 해왔지만, 카카오다음의 영역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언론 스스로도 미래의 숙제라고 부를만큼 시의성이 큰 논란 사안이다.

더욱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영업의 자유는 또 다른 문제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가 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와 동일시 될 수는 없다. 아무리 협의적 언론에 대한 판결이라도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언론에 대한 법원의 이해불가 판단이다.   

카카오다음의 검색차별은 예를 들면 이런 경우이다. 시장을 열었다. 흥행을 위해 백화점도 있고 대형마트도 있고 전통시장도 입점할 수 있게 판을 짰다. 시장 입점에는 엄격한 조건과 심사를 내세워 통과의례를 거쳤다. 물론 초대 손님도 있었고 초대 받기 위해 애쓴 이들도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돈 되는 장사와 돈이 안되는 장사, 입점시킬 때는 필요성이 있었고 그 이후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관계가 뒤틀어진다. 그리고는 퇴출. 일반적인 영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대한민국의 포털이 걸어 온 길이다. 

물론 퇴출 과정은 나름대로의 기준과 원칙, 규칙을 내세워 소명의 기회도 주었다. 하지만 이미 ‘갑’으로 자리매김한 이후다. 문제는 재판부가 과연 거대해진 포털의 콘텐츠 제휴, 스탠드 제휴, 검색 제휴라는 나름의 잣대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었느냐 없었느냐다.

판결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제휴의 단계'는 종이 신문의 퇴보와 함께 등장한 인터넷신문의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한 아날로그식 판결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의 노출은 매체에겐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판가름 한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보이지 않는 손'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한다.

재판부는 “뉴스검색 설정에서 ‘뉴스제휴 언론사’를 설정하면 검색제휴사 기사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검색제휴사가 뉴스검색결과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느 시대 재판부일까? AI시대 뉴스와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전혀 감응이 없는 판단이다. 보이는 만큼 보는 세상인데....  

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현실적인 현상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포털 다음의 뉴스제휴는 연 2회 심사를 받고, 6개월마다 새로운 제휴 형태를 신청할 수 있다”며 언제든 노력해서 심사를 통과한다며 스탠드, CP 진입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 5월부터 재판부가 말하는 제평위는 사실상 해체됐고, 입점 심사는 1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언론사를 비롯한 인터넷뉴스 매체 29개사가 포털 다음(Daum)이 뉴스검색 결과 기본값을 콘텐츠제휴사(CP)로 제한한 결정을 중지토록 해달라며 지난해 12월 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 중지’ 가처분을 신청서를 제출했다. 왼쪽부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정경민 비대위원장, 이의춘 회장, 김기현 비대위원(간사) 순. /사진=한국인터넷신문협회 제공

심사의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매체를 입점시켜 온 카카오다음이 돌연 차단막을 친 것은 갑질의 횡포다. 그 차단막에 우회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카카오다음에 재판부가 손을 들어 줬다. 그 길을 다니던 소비자 88.2%는 새로 난 길을 모른다고 하는데도.... 

재판부가 손을 들어 준 것은 10명 중 9명에게 모르는 길을 알아서 찾아가라고 한 것이다. CP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말하는 재판부가 CP로 가는 길을 스스로 막았다. 열린 광장을 가로막는 오늘의 재판부에게 AI시대 뉴스의 갈 길을 묻는다. 지금의 판결은 아날로그인가 아니면 디지털인가? 그것도 아님 디지로그의 명판결이라 자위하는가.  

‘영업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무엇이 우선일까? 기득권 언론이 앞장서 가는 AI는 아니더라도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없는 작은 목소리들. 사람 사는 세상, 사람 향기가 풍기는 세상. 그것이 어느 인터넷 언론이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일진데...원점이다. 카카오다음은 열린 마음으로 '언론의 자유'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AI에 물었다. AI는 AI시대 언론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AI 시대에도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언론사와 정부, 시민단체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AI는 언론 검색 배제에 대한 물음에는 불가 사유를 설명하고 말미에는 이렇게 답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포털은 검색 결과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용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합니다"

돌이켜 본다. 카카오다음은 과연 검색 기준값을 정하기 전에 어떤 노력을 했을까? 답:일방적 통보였습니다. 이용자의 의견 수렴은? 답:전혀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AI가 답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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