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사실상 철회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해 "지난 1년 세종시와 제주도에서 선도 시행한 성과를 분석 중"이라며 "제도 개선안은 추후 발표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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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진(오른쪽 두 번째) 환경부 장관이 28일 환경부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환경부 |
한화진 장관은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국 확대할 경우 비용 등 여러 부담이 있다"며 "선도 시행 분석 결과에 따라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환경부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발표한 지 7개월여 만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 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을 경우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0년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022년 6월 10일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소상공인 등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반발하자 환경부는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6개월 유예했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난 같은 해 12월 세종과 제주에서 1년간 시범 운영 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형평성 등 논란이 일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서 시행돼야 했지만,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선도 시행 지역인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참여하는 매장 수는 96.8%로, 대다수의 매장이 참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집계월인 올해 1월에는 54.7%로 감소했다. 환경부의 지자체 자율 시행 방침 발표 이후 4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일회용 컵 반환율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컵 반환율은 지난해 11월 78.4%의 최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 60.7%로 떨어졌다. 도 차원에서 보증금제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일회용 컵 5개 반납 시 종량제봉투 1개를 제공하는 등 제도 정착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와중, 정부가 '정책 뒤집기'로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다음 달부터 스타벅스를 포함해 제주 내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50개 매장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환경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다회용 컵 보증금제는 음료 구입 시 1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컵 반환 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내달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중단하는 50여 개 매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체제로 전환한다.
이들이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중단하는 이유는 다회용 컵 공급부터 수거, 세척 등 전 과정을 관리하는 사회적 기업이 재정 부담으로 인해 제주 사업을 철수함에 따라서다. 이에 대해 제주 지역 내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후퇴와 일회용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녹색연합은 28일 성명문을 내고 "환경부 장관이 다회용 컵 사용은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실천 방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지만, 규제 없는 다회용 컵 정책은 공허함만 남을 뿐"이라며 "다회용 컵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회용품 규제라는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환경부가 지난 27일 스타벅스, LG전자와 함께 2026년까지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서는 "텀블러 사용 확대를 내세워 다회용 컵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환경부가 일회용품 감량 정책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한화진 장관은 "텀블러가 다회용 컵 역할을 할 것이므로, 카페 내 (텀블러) 세척기를 도입하면 개인 컵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다회용 컵 확산은 지자체와 협력하고 있고, 예산을 늘리는 등 전환사업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회용 컵 사업 철수에 대해서는 "자체적 매출 감소와 재정 부담 등 이유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경우 정확한 개선 방향을 말할 수 없었는데, 서울시와 하는 에코존 시범 사업과 지난 1년간 세종·제주에서 했던 사업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론을 내렸다"며 "제도 개선 부분은 추후에 발표할 테니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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