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0일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했지만, 여야가 상임위원장 구성(원 구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원 구성 법정시한인 6월 7일을 넘길 전망이다. 이번에도 '지각 개원'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째 되는 날, 첫 임시회를 열고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그로부터 3일 내에는 상임위원장을 뽑아야 한다.
오는 6월 5일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7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으로 국회가 제날짜에 문을 연 적이 거의 없다. 국회의 부끄러운 부분이다.
1987년 개헌 이후 1994년 이러한 규정이 생기고나서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원 구성을 마무리한건 20대 국회다. 당시 상임위원장 선출 법정시한은 2016년 6월 9일이었는데, 4일이 지난 13일에 하게 됐다.
반면 21대 국회의 경우 2020년 5월 30일 임기를 시작했지만,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놓고 극단적 갈등을 펼쳐 임기 시작 후 47일 만인 7월 16일 국회 개원식이 열렸다. 역대 최장 지각 기록이다. 당시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 수를 바탕으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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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5월 28일 오후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본회의장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한쪽으로 힘이 쏠린, 동일한 양상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문화체육관광위원장 확보를 원 구성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민주당 일부 강경파는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정도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나와 "운영위, 법사위는 당연히 민주당이 맡아야 하고 과방위도 가져올 예정"이라며 "운영위를 다수당이 하면 법사위는 야당이 하든지 아니면 국회의장을 다수당이 하면 운영위를 여당이 한다든지 이런 기준을 미리 만들자고 했는데 안 듣고 있다가 이제 와서 그러냐"고 반문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국회의 기존 관례를 내세우고 있는 점에 대해 "운영위를 야당이 한 적도 있다"며 "운영위, 법사위를 다수당이 한 적도 있고 소수당이 한 적도 있는 등 그 기준은 여러 차례 깨졌다"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협상에서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의석 수에서 밀리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171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이 그렇게 하겠다면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민주당에게 국회 전통과 관례를 존중하고 견제와 균형의 상생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호소할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싸고 민주당 다선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박주민 의원과 정청래 의원 등 2파전으로 압축됐고, 정무위원장에는 강훈식·김병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민주당이 방송3법 재추진을 위해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과방위원장의 경우, 김현·유동수·전재수·조승래·최민희 의원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30일 민주당은 3선 의원 3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상임위원회 배정을 끝낸 상태다.
지난 13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전반기 원 구성에는 평균 47일이 걸렸다. '지각 개원'은 '36년 간의 악습'이었다. 이번 22대 국회는 몇 일 걸릴지 주목된다.
국회법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을 정확히 정해놓지 않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합의 없이 의석 수로 밀어붙여 진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상호 견제와 협치의 원리에 따라 협상에서 일부 타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