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금리 이자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이 다시금 금융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대구은행)에서는 새 출발을 기념해 연이자 20%에 달하는 적금상품을 내놓으며 세간의 화제였다.
하지만 납입금액이 한정적이고 만기 세후 이자도 예상보다 적어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은행에서도 고금리를 빌미로 일부 가입자에게만 최고금리 혜택을 주거나 제휴카드의 사용실적을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iM뱅크는 시중은행 전환 및 사명 변경 후 첫 출범을 기념해 지난 5일부터 최고 연 20%의 금리를 지급하는 단기소액적금 '고객에게 진심이지 적금'을 32만좌 한도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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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금리 이자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이 다시금 금융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납입금액이 한정적이고 만기 세후 이자도 예상보다 적어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금리를 빌미로 일부 가입자에게만 최고금리 혜택을 주거나 제휴카드의 사용실적을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해당 상품은 은행권 중 '역대급 고금리'라는 점을 내세워 출시 첫 날 고객들이 몰려드는 등 일시적인 접속 지연 현상을 빚기도 했다. iM뱅크는 이 상품을 내세워 신규 가입고객도 크게 늘리는 등 흥행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고객이 실제 수령할 수 있는 최대 이자액을 두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이 상품은 매일 최소 100원부터 최대 5만원까지 납입하면 매일 우대금리가 0.1%포인트(p)씩 쌓이도록 설계돼 있다. 적금을 40회까지 납입하면 추가 우대금리는 연 2%p, 50회 납입 시 연 3%p, 60회 완납 시 연 5%p가 각각 추가 반영된다. 매일 60회를 빠짐 없이 완납하면 최고 연 20%의 금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이렇게 매일 납입을 조건으로 5만원씩 60일 동안 납입하면 세전 기준 약 305만 137원을 수령할 수 있다. 이자소득세 15.4%를 제한 세후 이자는 약 4만 2416원으로 추정된다. 특별한 이용실적을 요구하지 않고 단기간에 4만원 가량의 이자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연 20%'의 이자를 내세워 고객을 유인했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실제 iM뱅크는 이 상품이 비대면 온라인 전용 상품이라는 점을 들어, iM뱅크 애플리케이션에서 은행 연결계좌로 직접 납입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신규 고객을 늘려야 하는 입장에서 모바일뱅킹 고객도 늘리는 등 여러모로 유인효과로서 성공한 것이다.
iM뱅크 외에도 대부분의 은행들이 고금리를 내세워 적금 상품을 팔고 있지만 모바일뱅킹 가입을 유도하거나 제휴카드 이용실적 등을 요구하고 있다. JB전북은행은 'JB슈퍼씨드적금'을 판매 중인데, 금리는 최고 연 13.3%(기본금리 연 3.3%, 우대금리 연 10%)에 달한다.
문제는 우대금리를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입자가 매달 적금을 납입하면 은행 앱에서 추첨으로 '씨드'를 1개 제공하는데, 이 씨드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슈퍼씨드'여야 하는 것이다. 1년 만기 가입 시 최대 11번의 기회가 생기는데, 실제 슈퍼씨드가 나타날 확률도 매우 낮다. 이에 통상 기본금리 수준인 연 3.3%를 수령하는데 그친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은 창립 42주년 기념일(7월 7일)을 앞두고 청년층 고객의 금융지원을 돕기 위해 최고금리를 연 8%로 상향한 특판 '청년 처음적금'을 10만좌 한도로 판매 중이다.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고객이 가입할 수 있고 만기는 1년이며 매월 최대 3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기본금리 연 3.5%에 우대금리 최고 4.5%p를 적용하는데, 우대금리는 △급여이체 또는 급여클럽 월급봉투 6개월 이상 수령 시 1%p △본인명의 신한카드(신용·체크) 결제 실적 6개월 이상(결제계좌 신한은행) 시 0.5%p △신한 슈퍼SOL 앱 회원가입 시 0.5%p △신한은행 '첫거래 고객' 및 신한 청년희망적금을 만기 해지하거나 만기일자가 경과된 '만기 고객'의 경우 2.5%p 등이 적용된다.
매월 30만원씩 1년간 적금에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원금은 360만원, 세전이자는 15만 6000원이다. 여기에 이자소득세 2만 4024원를 제하면 실수령액은 약 13만 1976원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월 납입액이 작거나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움에도 금융소비자들의 예적금 가입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가상자산 수요에 힘입어 투자성 대기자금이 증가했는데, 예상보다 금리인하가 늦어진 까닭이다. 이에 갈 길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다시금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14조 10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보다 약 2조 2316억원 줄어든 수치다.
반면 은행에 자금을 묵혀두는 예적금은 크게 늘었다. 5대 은행의 5월 정기예금 잔액은 한 달 전보다 약 16조 8232억원 증가한 889조 7062억원, 정기적금 잔액은 약 1조 302억원 증가한 33조 483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