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는 지난 5년 연속, 기아는 지난 3년 연속으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등 쟁점에 대한 노사 양측의 간극이 커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현대차 노사는 오는 11일 오후 7차 교섭을 진행한다. 교섭은 주 2~3회 진행된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회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경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 현대차·기아 노조 집행부 모두 요구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일 울산공장 코일센터 출입문에 설치된 출퇴근 기록기와 창문 일부를 훼손했다. 경비원이 퇴근하는 직원에게 '퇴근 리딩' 없이 퇴근할 수 없다고 안내하자, 이에 항의하며 물건을 훼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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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차는 보안 등을 이유로 공장 출입 과정에서 카드리더기에 사원증 등을 인식시키는 보안 절차를 진행하는데 노조는 이를 두고 '노조를 향한 폭거', '과도한 검문검색', '현장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단체교섭 기간에 현장을 옥죄는 이유는 조합원과 교섭위원, 집행부를 분리하려는 수작"이라며 "집행부의 분명한 입장으로 '출입문 응징'에 나섰다"고 밝혔다.
앞서 기아 노조는 지난 3일 경기 광명시의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준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EV9의 미국 생산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기물을 파손하고 회사 측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기아 노조는 사측이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EV9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사는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 특별성과급 지급 등 굵직한 이슈를 다뤄야 하는 데다 지난해 말 현대차와 기아에 강경파 성향을 지닌 노조 지도부가 들어선 만큼 현대차와 기아의 무분규 타결 기록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 등을 핵심 요구 사안으로 정했다. 기아 노조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본급 인상에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기본급 인상률이 4.8%로 금속노조 인상률(2.8%)보다 많이 높았던 만큼 올해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 노조는 "최대 실적에 걸맞은 요구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년 연장'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64세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용문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정년 연장, 신규 채용으로 노동중심의 산업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사측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강력한 힘으로 당당하게 쟁취하겠다"며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한 정년 연장에 사활을 걸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문제가 당장은 기업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면서도 꾸준히 논의는 돼야 한다고 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업에서는 정년 연장 요구를 단 1개월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순히 월급을 올려주는 문제와 다르다. 연금 등 제도적인 문제도 얽혀있고 단순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현대차가 수용하면 업계에 연쇄 파동 효과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당장 결론 내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우리나라에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결국에는 논의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정년연장은 사회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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