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경영 혁신이 절실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수시 인사에 따른 인적 변화로 돌파구 마련에 힘쓰고 있다. 통상 재계 내에서는 연말이나 연초 인사를 냈지만, 최근 들어 수시 인사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으며, 포스코 그룹도 7월 조직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수시 인사를 통해 재계는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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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왼쪽)과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각사 제공 |
◆ 최재원 수석부회장, SK이노 수장…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장 교체
1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10일부로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로 최 수석부회장은 SK온 수석부회장직을 사임하고,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이 SK온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SK그룹은 지난달에도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SK그룹이 수시 인사를 진행한 것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에 선임되면서 그룹 에너지 사업의 통합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 부회장은 전기차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배터리 사업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수장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반도체 사업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수장 교체에 나선 것이다.
전 부회장은 그룹 내 ‘반도체통’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 역시 수시 인사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로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CJ그룹도 지난 3월 윤상현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를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로 선임한 데 이어 5월에는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를 신규로 선임했다.
포스코 그룹도 오는 7월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장인화 회장이 지난 3월 취임 이후 100일 현장경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마무리한 뒤 인적 쇄신 및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특히 장 회장은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장 회장의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경영 위기 맡은 재계, 수시 인사 트렌드로 자리매김
이처럼 재계 내에서는 수시 인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전에도 수시 인사는 종종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LG그룹이 외부에서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LG화학 수장에 임명했으며, 같은 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승진한 뒤 중국사업본부 임원진 교체 등을 단행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에도 현대차그룹은 송호성 부시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기아차 사장에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와 같이 재계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시 인사가 이뤄진 적은 처음이다. 특히 SK그룹이 연말이 아닌 연중 수장을 교체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재계 내에서는 수시 인사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발 빠른 대처를 위한 수단으로 수시 인사가 각광받고 있다.
실적 부진을 경계하는 것도 수시 인사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4조88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으며, SK온도 1분기 3315억 원의 적자를 봤는데 최근 수장 교체가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수시 인사는 회사가 위기라고 판단될 때 단행됐다”며 “올해 수시 인사가 재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결국 산업을 가리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내에서는 수시 인사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긴장감을 불어넣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연말에 인사가 난다는 관례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미국 대선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 등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기 위해 수시 인사, 조직개편 등을 적극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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