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민의힘이 대표 1인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원톱' 방식의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당권구도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이 굳어질지 주목된다.
현행 단일지도체제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대표가 당의 인사와 조직, 예산에 대한 전권을 갖는걸 말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12일 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 초안을 의결했고, 대표 선출 방식은 현행 당원투표 100% 반영 규정을 고쳐 일반국민 여론조사도 20~30% 반영하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 대목에서 민심(일반국민 여론조사) 반영을 몇%로 할지는 현재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정하기로 했다.
또한 특위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경우 1년 6개월 전 당직을 사퇴하도록 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유지하기로 했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이날 지도체제 변경 여부에 대해 "전당대회를 전후로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하는 특위에서 이를 결정하기보다, 새 지도부가 시간을 갖고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며 "결론을 내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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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 11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왼쪽)이 서울 중앙당사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4년 5월 2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여 위원장은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2인지도체제와 관련해 "많은 장점이 있다"며 "원래 당 대표가 사퇴하면 바로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데, 지난 2년간 비대위가 4번이나 된 상황에서 당 대표가 궐위되면 부대표가 대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특위의 전당대회 룰 발표를 그대로 해석하면, 민심을 20% 반영할지 30% 반영할지 여부만 미정인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는 '대세론'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변수는 차기 당 대표에게 남겨진 '시간'이다.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7월 23~24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당 대표가 2027년 3월 3일로 예정된 21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내년 9월이 되기 전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새 당 대표가 대권에 뜻이 있다면 만 1년 1개월만 채우고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하고,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또한 행사할 수 없다.
일단 특위의 이번 전대 룰 발표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친한(친한동훈)계든 친윤(친윤석열)계든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당내 친한 인사들 사이에서는 사흘 연속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메세지를 낸 한 전 위원장의 '선명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친윤계가 당 주류인 상황에서 1년 남짓되는 당 대표 기간동안 한 전 위원장이 두드러진 성과를 낼지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당 주류인 친윤계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읽힌다.
익명을 요구한 친윤계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본보 취재에 "당심이나 민심이나 현재로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제외하면) 뾰족한 수가 없다"며 "비대위가 민심 반영 비율을 정하겠지만 다른 당권 주자들이 대놓고 나서기 힘들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내 분위기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과 여소야대 국면은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 풀기 버거운 현실"이라며 "하지만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 남아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국힘 의원들부터 일단 조용히 (한 전 위원장의) 리더십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