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주식 가치 산정에 치명적 오류 발견
오류 바로잡으면 노 관장 재산분할 대폭 감소 전망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2심 판결과 관련해 “재산분할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생됐다”며 “상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참석해 “오류가 주식의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며 “직접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SK그룹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고 6공(제6공화국)의 후광으로 인한 것이라며, SK그룹의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뿐만 아니라 SK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 훼손됐다고 생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상고를 택했다”며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바로잡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SK 제공


◆가치 산정에 오류…선대 회장 기여도↓

2심 판결 관련 오류에 대해서는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할 것을 판결한 바 있다. 

최 회장 측은 이 판결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오류를 범하면서 노 관장의 내조 기여도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대한텔레콤(현 SK C&C)은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 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억 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 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 회장 별세 직전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게 SK그룹 측의 설명이다. 판결문 곳곳에서 100원의 오류 숫자를 이용하고 해석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실제로 회장 승계 이전에 125배, 승계 이후 35.5배 가치가 상승했지만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결국 재판부는 최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 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보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최 회장은 자수성가한 재벌 2세라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며 “특히 이번 판결 논리의 구조이자 기본 근거이기 때문에 선대 회장의 사망 시점 이전과 이후에 대한 성장률을 잘못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단순 숫자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대 회장의 기여도가 큰 재산으로 인정되면 1심 판결처럼 노 관장의 내조 기여는 빠지게 된다”며 “항소심 판결처럼 노 관장의 재산 기여도가 인정되더라도 금액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회장 승계 이전에 125배, 승계 이후 35.5배 가치가 상승했지만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사진=SK 제공


◆“6공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오명 씻을 것”

SK그룹 측은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300억 원이 노태우 정부로부터 SK그룹에 들어왔다고 팩트로 치부되고 있다”며 “1995년 노태우 정권 비자금 조사 때에도 300억 원에 대한 부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통통신사업 진출과 관련해서도 “당시 많은 치열한 토론 끝에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며 “김영삼 정권 시절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조사가 이뤄졌던 1994년 인수했으며, 낙찰받지 못한 곳과 비교하면 약 두 배가 되는 입찰금액으로 인수했다”고 강조했다. 

이형희 위원장은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와 구성원들의 명예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곡해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일을 다할 예정”이라며 “물론 부단한 기술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