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2년 전 700억원대 횡령 사고를 낸 우리은행에서 유사 사건이 또다시 반복되면서 우리은행의 내부 자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후 여러 차례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내부통제 리스크를 해소하겠다고 약속지만,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실추된 은행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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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날 최근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서 발생한 100억원 상당 횡령 사고와 관련해 “이번 일로 우리은행을 사랑해주시는 고객과 국민께 걱정을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자체적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부분은 아직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내부통제 시스템뿐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에게 내부통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경남 김해지점 소속 대리 A씨가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빼돌린 정황을 파악하고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고객 대출금을 빼돌린 뒤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손실은 약 60억원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고를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적발했다고 밝혔다. 은행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한 뒤 A씨에게 소명을 요구했고, A씨는 회사의 소명 요구 이후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출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의 말단인 대리급이 꾸민 허위 서류가 수개월 간 은행의 까다로운 대출 심사를 뚫고 집행됐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의 횡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4월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반복된 횡령사고에 임 회장이 임직원에게 여러 차례 강조해온 ‘윤리경영’과 ‘내부통제 강화’ 다짐도 무색해졌다. 임 회장은 지난해 10월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한 윤리강영 준수 서약식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금융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CEO들이 솔선수범해서 윤리경영 문화를 완성해달라”고 당부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다짐한지 1년도 채 안 돼 유사 사고가 또다시 터지면서 실추된 ‘우리은행’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데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나리에서 “현재 금감원은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 단계에서의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며 “감독규정상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본점·지점의 책임을 최대한 엄정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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