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네덜란드 등 선진국, 비재무적 위험 관리차 조직문화 감독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거듭된 금융사고의 근본적 문제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꼽았다. 대표적으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들었는데, 은행의 단기 실적위주 문화가 불완전판매 논란을 빚었던 만큼, 은행 내부에서 '스스럼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호주·네덜란드 등 해외 선진국의 조직문화 감독사례를 토대로 새 감독수단을 마련하고,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뀌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거듭된 금융사고의 근본적 문제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꼽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호주·네덜란드 등 해외 선진국의 조직문화 감독사례를 토대로 새 감독수단을 마련하고,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뀌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2일 금감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해외 감독당국의 사례를 참고해 각 은행의 조직문화를 분석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당국은 향후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국 당국은 재무적 위험 외에도 금융사고나 불완전판매 등 비재무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하고 개선토록 하는 감독을 실시 중이다.

대표사례로는 호주와 네덜란드가 꼽힌다. 호주 당국인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은 종합 리스크관리 규정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 조직문화에 대한 정기평가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담조직인 'GCRA'를 설치하고, 임직원 대상 정기 설문조사, 자체평가 검토, 현장점검 등을 거쳐 은행·보험사의 조직문화를 평가하고 있다. 

당국은 회사별 조직문화 수준을 리스크 평가와 감독자원 배정 등에 활용하고 있는데,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할 경우 개입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자금세탁, 불완전판매 등이 연이어 발생했던 호주계 커먼웰스은행(CBA)에서 현지 당국이 문화적 취약점을 발견해 10억달러의 운영리스크 추가자본을 부과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중앙은행(DNB)이 지난 2011년 지배구조, 변화관리, 조직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신설해 눈길을 끈다. DNB는 각 금융사에 사전조사를 펼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문화적 리스크 징후를 탐지한다. 더불어 △자료검토 △자체평가 △인터뷰 △직원 설문 △이사회 활동 등에 대한 관찰 등도 병행한다.

이 과정에서 DNB가 취약점을 발견할 경우 심각성에 따라 3단계(그린-오렌지-레드)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따라 차별화된 조치를 시행한다. 

그린은 '개입 불필요'로 긍정적 흐름이 유지되도록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렌지는 중기 개입으로, 당국 차원의 표준과 기대를 전달하고 대화를 통해 개선을 이끌어내는 단계다. 레드는 단기간 내 변화가 필요해 감독 당국이 공식적으로 조치를 취할 때 발동된다.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윈회(FSB)'는 위법·위규행위의 문화적 요인을 △리더십 △의사결정 △가치와 행동기준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경영진이 정성적·정량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화적 위험요인 파악하고, 위법·위규행위의 문화적 요인을 줄이기 위한 행동규범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 문제 제기 절차, 효과적 보상·성과관리 프로그램 도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당국이 회사내 위법·위규행위의 문화적 요인을 평가하고, 당국의 평가결과를 이사회·경영진과 공유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개선계획을 요구하거나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며 "최고경영자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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