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에도 추측 난무…"자본금 상향 및 당정 지원시 가능"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반도체·AI 중심의 사업 재편을 위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저리 자금을 받으려 한다는 소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모든 추측을 공식 부인하며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강석훈 산은 회장이 반도체·첨단산업에 '조'단위 투자를 시사했던 만큼, 자본금 한도 상향조정, 유보금 유예 등이 현실화되면 추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제기된다.

   
▲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반도체·AI 중심의 사업 재편을 위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저리 자금을 받으려 한다는 소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모든 추측을 공식 부인하며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사진=SK 제공


26일 금융권 및 산업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사업 구조 재편과 투자 지분 매각을 고려하는 한편, 계열사 경영진 물갈이 등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구조 재편, 설비·연구개발 투자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풍문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미래전략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친환경·바이오·소재 사업부문에서 중복된 제품을 생산하거나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를 올 하반기부터 통폐합·매각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발전기업 SK E&S 간 합병을 추진하고, 적자에 허덕이는 배터리기업 SK온의 임원을 감축하는 등의 내용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거듭 시사되고 있는데, SK그룹이 산은으로부터 저리 자금을 받으려 한다는 풍문이 이어지고 있다. 산은이 SK그룹에 대한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해 기업계열한도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비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금 마련차 강석훈 산은 회장을 만났다는 보도 등이 대표적이다.

산은 측은 이 같은 풍문에 모두 부인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은행마다 자본금 한도 외에 특정 산업·계열에 대한 자기자본 대비 투자비중 규정이 정해져 있다"며 "특정 산업체가 호황이더라도 (포트폴리오 편중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 대비 투자비중에 따라 최대한도는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석훈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금지원 협의를 위해 만났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SK가 공식적으로 산은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거듭 SK그룹의 사업재편을 위한 추측성 기사가 나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당정의 지원, 여야 합의로 산은법을 개정하면 추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강 회장도 지난 11일 열린 취임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신산업 육성프로그램 및 반도체산업 지원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강 회장은 "최근 정부의 반도체지원과 관련해 산업은행 출자를 통한 17조원의 자금공급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후속조치로 산은은 제조시설, 팹리스, 후공정, 반도체장비 등 반도체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국고채 금리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출자 이전에라도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에 맞게 빈틈없는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산은 자체적인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우대 폭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회장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발맞춰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민간기업은 오는 2027년까지 주요 첨단산업에 55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계획 중인데, 산은이 100조원 가량의 시설자금을 분담할 전망이다. 

이에 산은은 자금공급여력을 확보해 일부는 현재 기획 중인 반도체 분야에 추가 배분하고, 잔여 자금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I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용 금융상품과 AI 코리아 펀드 등을 출시하겠다고 부연했다. 

구체적 자금 투입시기는 미정이지만, 현재 SK그룹이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거론되는 산업군과 겹치는 분야가 많다는 게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지원안을 펼치려면 산적한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현재 산은으로선 △법정자본금 한도 상향 △동일차주여신한도 상향 △정부 배당금 유보 △정부의 현금출자 △정부의 현물(주식)출자 등을 고민할 수 있다. 이 중 법정자본금 및 동일차주여신 한도 상향, 배당금 유보, 현물출자 등이 기대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꼽힌다. 

강 회장은 법정자본금이 현재 30조원으로 묶여 있는데, 한도가 2조원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산은의 BIS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10조원의 자본확충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은법 개정으로 자본금 한도를 60조원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책은행으로서 BIS 규제비율을 지키면서 위험가중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국회의 무관심은 여전하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발의된 산은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본점 부산이전' 내용에 불과하다. 부산지역 의원들이 시급한 과제를 도외시하고, 본점 이전 문제에 더욱 관심을 두는 것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과 대조적이다. 

강 회장이 언급한 '배당금 유보'도 적기 자금 지원을 위한 필수적 조치로 꼽힌다. 산은이 이익을 비축하면 정부가 산은에 현금을 지원하는 효과와 동일한 까닭이다. 이에 강 회장이 독일 정책금융기관인 KfW를 사례로 순이익을 유보해 정책금융에 재투자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 외 정부의 현금출자는 국회의 예산 지급 동의가 필요해 여야 합의 없이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현물출자는 국회 동의를 생략할 수 있고, 기재부의 평가만 거치면 가능해 대안으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를 둘러싸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듭 거론된다는 점에서 반도체·배터리 등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는 있는 것 같다"며 "은행보다 당정 및 국회 차원에서 SK 및 미래 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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