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분양에 2년 뒤 환매 조건까지 내걸어
안강그룹, 주력 계열사 재무상태 악화 추세
분양대금·전세보증금 미반환 가능성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산에 사업주체는 도산하고, 수분양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는 시행사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해당 시행사를 믿고 미분양 회사보유분을 전세 계약한 실소유주들은 보증금을 고스란히 떼일 판이다. 시행과 시공을 겸하고 있는 안강그룹이 야심차게 선보인 오피스텔 '판교 디오르나인'도 2년째 미분양 상태다. 입주가 임박한 상황에 안강그룹이 꺼낸 카드는 '전세‧환매' 조건이다. 사실상 할인분양에 나선 판교 디오르나인의 분양현황과 ‘전세‧환매’ 계약의 리스크 요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판교 디오르나인 미분양 사태②-할인분양]돈 줄 마르는 안강그룹'환매·전세' 믿어도 될까

[미디어펜=서동영 기자]13억2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오피스텔 '판교 디오르나인'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분양 해소가 시급한 안강그룹(회장 안재홍)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대출이자 지원 등을 통해 할인분양까지 감행했지만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강그룹의 재무상태에 경고등이 들어온 가운데 '환매'와 '전세' 조건으로 계약한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과 전세보증금이 불안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안강그룹이 판교대장지구에 건설하고 분양 중인 판교 디오르나인 전경./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매달 390만 원 지원…2년 뒤 원하면 환매도

지난 5일 경기도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지 일대에 위치한 판교 디오르나인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길 건너편 횡단보도에는 해당 오피스텔 분양을 위한 홍보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판교 디오르나인의 입주예정일은 2024년 6월이지만, 7~8월로 연기될 전망이다.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관계자는 "(입주는) 7월 17일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체인 안강그룹은 입주를 앞두고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특히 수분양자에게 △취득세 지원(분양가 4.6%) △분양 후 2년간 대출이자 지원(매월 390만 원) △환매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현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는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홍보관이 위치했다. 홍보관에서는 '2년간 월 390만 원 대출이자 지급'을 골자로 한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었다.

홍보물에 명시된 '자본금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B씨가 판교 디오르나인 A301호(분양가 12억6500만 원)를 분양 받을 시 6억6500만 원을 연 4.5% 금리로 2년간 대출을 받는다면 B씨의 월 부담액은 249만 원이다. B씨가 안강그룹으로부터 월 390만 원씩 지원받게 되면, B씨는 매달 141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관계자는 "6억6500만 원을 대출받아도 2년 동안 매달 141만 원을 벌면서 거주하는 것"이라며 "안강에서 4.6%의 취득세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년 후에도 계속 살겠다면 분양가 6~10%의 페이백도 지급할 예정"이라며 "(총 분양가의) 20% 할인 혜택을 받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 안강그룹이 건설하고 분양 중인 판교 디오르나인 홍보물에 적힌 환매 설명. 매달 390만 원의 대출이자를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더불어 분양관계자는 2년 뒤 수분양자가 환매를 요구하면 안강그룹에서 매입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세가 하락해도 안강그룹에서 분양가로 매수하는 만큼 수분양자가 손해 볼 가능성은 없다”며 “지원받았던 이자지원금 등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건에 대해 한 시행사 관계자는 “환매는 주로 지방 미분양 단지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판교 디오르나인 같은 고급 오피스텔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전세'보다 '환매'로 유도?…최대한 많은 현금 확보 목적?

판교 디오르나인은 전세로도 입주할 수 있다. A301호(분양가 12억6500만 원) 기준 5억9000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안강그룹에 지불하면 된다. 홍보물에는 시행사(안강개발)와 전세 임차인이 전세 임대차 계약서를 체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환매보다 비용이 적게 투입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 판교 디오르나인 자본금별 전세 시뮬레이션./표=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 관계자들은 전세보다는 환매를 권유했다. 분양 관계자는 "전세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며 "2년 동안 이자 지원을 받으면서 추후 (안강그룹에) 재판매 할 수 있는 환매가 좋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환매는 시행사가 분양대금 전체를 손에 쥐어질 수 있다"며 "전세보다 환매를 유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안강그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주력사들 부진…안강그룹, 재무상태 경고등

환매와 전세의 공통적인 전제는 안강그룹이 수분양자(환매)와 임차인(전세)에게 안정적으로 돈을 반환한다는 부분이다. 때문에 안강그룹의 재정 상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교 디오르나인 시공사·시행사인 안강건설과 안강개발은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강건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98억7030만 원에서 지난해 4억606만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2022년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0.15%와 0.17%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주력인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고금리와 경기 부진, 공급과잉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강개발의 지난해 말 기준 안강개발의 이익잉여금(사내유보금)은 2022년 475억 원에서 지난해 178억 원으로 37.4% 감소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497억 원에서 770억 원으로 늘었으나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우발채무 규모는 3000억 원이 넘는다.

게다가 안강개발은 올해 남원주역세권과 수원 고등지구 토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반납하면서 총 297억 원의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미디어펜 6월 21일자 [단독]안강개발, ‘남원주역세권·수원 고등지구’ 토지 반납...“297억 날렸다”) 분양업계에서는 안강개발이 시장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수백억 계약금을 날렸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안강그룹이 판교 디오르나인 환매에 집중하는 것도 잇단 투자 실패로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안강그룹에 자칫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수분양자와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판교 디오르나인 홍보관에서 건네 준 홍보물./사진=서동영 기자

◆'건설사·시행사' 믿었는데…돈 못돌려 받고 눈물

실제로 지난 2012년 경기 고양시 내에서 환매 방식으로 분양된 아파트에서는 시행사와 입주민간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해당 단지는 2년간 거주한 뒤 입주민이 환매를 요구하면 납부 원금을 포함한 분양가 전액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2010년 분양됐다. 하지만 시행사는 재정난을 이유로 분양대금 반환을 거부했다. 정치권과 고양시청까지 개입한 끝에 입주민들은 2014년에야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환매 방식은 나중에 분양대금 반환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수분양자는 시행사의 말만 믿지 말고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 역시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다.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 관계자는 "전세로 들어오게 되면 임차인은 1순위(선순위) 저당권자가 돼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사나 시행사가 엮인 전세사기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는 A건설사가 짓고 분양한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과 관련해 전세사기 피해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이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건설사의 실소유주는 이달 부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미디어펜은 판교 디오르나인 환매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안강그룹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공문까지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