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30년 넘게 역대 정부가 이루지 못한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미취학아동 교육-보육체계 통합)에 대해 정부가 27일 '유보통합 실행계획 시안'을 발표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여전해 실현 가능할지 미지수다.
27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실행계획 시안을 직접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와 관련해 악화된 저출산 상황을 뒤집기 위한 카드로 정부가 마련한 것이다.
향후 정부는 공론화 등 대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올 연말 실행계획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재원 조달'과 '교사 자격 통합'이라는 두 가지 큰 난제를 어떻게 풀지 관건이다.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은 '돈 문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재원 조달안을 내놓지 못했다.
올해 기준, 영유아 투입 예산은 17조 1000억원인데, 이중 유치원이 5조 8000억원, 어린이집이 11조 3000억원이다.
|
|
|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 보호 및 회복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26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문제는 어린이집 지원 예산이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는 점이다. 지자체가 어린이집 예산을 그대로 각 광역교육청에 넘겨야 하는데 쉽지 않다. 지자체가 다른 항목으로 쓸 예산을 아껴서 관할 어린이집에 지원해 왔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 예산을 교육청에 고스란히 줄 이유가 없다.
매해 내국세 중 20.79%를 배정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유보통합 재원으로 쓰자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교육계가 반대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양쪽 교사의 처우를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비롯해 교사 연수 확대와 급식 개선 등 여러 항목으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어디 예산을 줄여서 어디로 보낼지 교통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교육부는 27일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산 규모나 조달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밝히지 않은채 "협의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유보통합으로 인해 추가로 소요될 예산은 향후 3년간 연간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 자격을 어떻게 통합하냐이다. 0~2세 영아 정교사와 3~5세 유아 정교사로 이원화할지, 0~5세 영유아 정교사에 대한 단일 자격제를 도입할지 여부부터 결론내지 못했다. 0~5세로 통합한 단일 자격제를 도입할 경우,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국에 유치원 교사는 5만명, 보육교사는 22만명에 달한다. 보육교사 중 30%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나머지 보육교사 자격증만 갖고 있는 15만여명을 어떻게 통합할지 세부안을 놓고 각 교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장관은 발표 자리에서 유보통합에 대해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갈등이 많은 분야라서 자칫 잘못 접근하면 통합이 되기는커녕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이전 정부에서 연달아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을 아꼈다.
유보통합 실제 도입까지 풀어야 할 난제는 여전히 쌓여 있다. 자격 통합과 관련한 교사 간 이해관계 조정, 재원 확보, 지자체와 교육청 간의 업무 조정 등 각 난제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정치적 타협과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법 개정까지 함께 이뤄져야 해서 결국 국회에서 여야 간 세밀한 논의가 요구된다. 앞으로 어떤 결론을 낼지, 유보통합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