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놓고 상충되는 금융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디딤돌‧버팀목 등 주택 관련 정책대출 공급을 늘리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유예하는 등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을 제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은행권의 관리 강화를 압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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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놓고 상충되는 금융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부동산 매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5723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 3415억원 불었다. 지난 2012년 7월(+6조 2000억원)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개월 만에 16조 1629억원(2.33%) 증가한 규모다. 이들 은행은 올 초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2%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는데, 이미 상반기에 목표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올해 2월과 3월 각각 1조 9000억원, 4조 9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4월 4조 1000억원으로 늘며 반등하더니 5월에는 5조 4000억원으로 불어나는 추세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은 주택매매 증가세와 맞물려 4월 4조 5000억원에서 지난달 5조 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정부가 저리의 주택 관련 정책대출의 공급을 늘리면서 버팀목전세대출, 디딤돌 대출에서 실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과 5월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6조 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 늘어난 전체 주담대 10조 2000억원의 64.7%에 해당한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불어날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저출산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합산 연 소득 기준을 2억 5000만원으로 높여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역시 2개월 유예하면서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주택 관련 정책대출의 공급을 손보지 않고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은 덮어 놓은 채 은행권만 잡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국내 17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점검 강화를 주문한 데 이어 오는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실태 현장점검에 나선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최근 성급한 금리하락 기대와 일부 지역에서의 주택가격 상승 예상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방향이 은행 영업현장에서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각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실태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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