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당대표 후보 간 치열한 네거티브로 ‘진흙탕’이라는 지적을 받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8일, 일시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간 상호 비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영향이다. 이에 이들은 상대 후보를 간접적으로 견제하는 등 물밑에서 신경전을 이어갔다. 또 후보를 대신해 지지자들이 충돌하며 대리전의 양상을 보여 네거티브로 발생한 내부 갈등이 완벽히 봉합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를 진행했다. 연설회에 앞서 국민의힘 선관위는 당대표 후보들과의 면담에서 상호 비방 자제를 촉구했다.
전당대회 본경선이 시작됨과 동시에 김건희 여사 문자 패싱 논란, 제2의 연판장 사태 등이 부상하며 분열의 목소리가 극에 달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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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8일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 앞서 당대표 후보들에게 상호 비방을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에 서병수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칼로 베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만 말로 베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면서 “당내 경선을 품격 있게 치를 수 있어야 거대 야당과 싸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면서 후보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따라서 후보들은 정견발표회에서 서로를 향한 비판보다 당의 미래 비전과 쇄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첫 주자로 나선 윤상현 후보는 총선 참패에 따른 당 혁신과 반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 후보가 당헌당규상 보장된 비례대표 순번에서 밀려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호남 홀대론을 부각했다.
그는 “우리당은 이번에도 호남을 버렸다. 어떤 이유도 변명도 용납될 수 없다”며 “필요할 때는 이용하고 불필요하면 가차 없이 던지는 부끄럽고 일그러진 자화상이자 부도덕한 만행”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짓과 배신을 일삼는 정당에 어떻게 호남 국민들이 표를 주시겠느냐”면서 호남을 홀대한 중앙당의 기득권 세력을 폭파할 만큼 당원들이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표면적으로 ‘쇄신’을 강조한 것이지만, 사실상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후보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원 후보, 나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거티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 후보는 당의 미래와 비전에 집중했다. 진흙탕 전당대회라는 논란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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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윤상현,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는 호남 보수의 재건과 유능한 정책 정당으로서의 발돋움을 공약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호남 민생을 우선하고, 청년정치학교를 호남에 가장 먼저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서 만큼은 “(우리 당이)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을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나. 저는 그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면서 진흙탕 전당대회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원 후보에게 분열의 책임을 전가했다.
‘친윤’의 지지를 받는 원 후보는 원활한 ‘당정 관계’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후보를 겨냥해 보여왔던 날카로운 신경전은 지양했다. 그는 “최고의 팀워크로 당정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면서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우리끼리 싸우는 순간 국민들에 버림받는다”면서 진흙탕 전당대회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필요한 당대표는 모든 것을 헤쳐온 오랜 경험과 대통령과의 소통으로 당정이 함께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대표를 맡겨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는 네거티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우회적으로 한 후보를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 후보는 한 후보와 원 후보가 공방을 펼치는 빈틈을 파고들며 회색 지대를 공략했다. 그는 “우리끼리 싸우고 갈라치고 줄 세우고 줄 서고 절대 안 된다”면서 “(정부와) 맨날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대표, 또 눈치 보고 끌려가는 당대표는 안된다. 그러면 집안 꼴이 되겠나”라며 ‘무계파’ 후보로서의 강점을 강조했다.
이어 나 후보는 후보들 간 신경전보다 거대 야당과의 경쟁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의 호남 가스라이팅 민주당의 호남 착취를 끝내겠다”면서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파탄 내고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이재명을 퇴출시키겠다”면서 거야 투쟁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며 분열을 야기하기보다 공공의 적을 앞세워 내부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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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각 후보 지지자들이 지지 응원과 함께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선관위 ‘경고’에 후보는 자제했지만…지지자간 설전 더 치열
국민의힘 선관위가 이날 ‘진흙탕’ 전당대회에 중재자로 나섬에 따라 후보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 ‘휴전’ 상태에 진입했다. 다만 지지자들은 앞서 후보들 간 불거진 네거티브 공방의 영향으로 서로 고성과 비난을 주고받으며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나뉘는 양상이었다. 대통령을 수호하기 위해 원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 대통령에게 소신발언을 할 수 있는 한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 당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나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이다.
원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50대 여성 박모씨는 미디어펜과의 만남에서 "대통령을 보호할 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면서 "김 여사가 총선 전에 왜 사과를 하지 않았을까 항상 의문이 들었었는데 문자 논란을 보고 깨달았다"며 "문자를 받았으면 사적이든 공적이든 우회적으로 답변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한 후보가 적절하게 조치했다면 아슬아슬하게 승패가 결정 난 수도권 출마자들 중 일부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한 후보를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50대 여성 김모씨는 미디어펜과 만남에서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며 “한 후보가 (대통령과 야당에게) 시원하게 발언을 잘하는 만큼 당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도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문자 패싱 논란 등은 친윤계의 네거티브 공세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실제 이날 한 후보 지지자들은 원 후보의 등장에 “원희룡 페어플레이해라”는 등 진흙탕 공방의 책임을 나무라며 충돌하기도 했다.
반면 나 후보는 두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에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이었다. 한 후보와 원 후보가 당의 분열을 야기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실증’으로 나 후보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50대 여성 이모씨는 미디어펜과 만남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나 후보는 두 후보와 달리 네거티브에 엮이지 않은 후보 아니냐”라며 “수도권에서 승리한 5선 후보이자 당을 떠난 적 없는 보수의 적자인 나 후보가 대표가 돼야 당이 하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가 전당대회 이슈로 부상한 것에 대해 “잘못된 현상”이라며 “한 후보와 원 후보 모두에게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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