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통령 대신 사과" 문자 보내
1월 15~25일 5차례 문자…민주당 "권한 없는 사람이 국정 개입" 공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문자 발신과 그 내용을 놓고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사실상 '내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존 '윤·한 갈등'에 '정치 개입' 논란까지 일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답하지 않은 속내, 문자에 담긴 김 여사의 '사과 의향'의 진의, 올해 1월 보낸 문자가 왜 전당대회를 치르는 시점에 알려졌는지 등을 놓고 후보 간 비판이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일절 개입과 관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각 후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게 공식 입장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되면서 불거진 이번 설전에 대해 전당대회가 지나면 다 해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높다. 원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별의별 말들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각 후보들은 날이 서 있다. 핵심은 김 여사가 당시 사과 의향을 밝혔지만 사과를 못한 이유, 문자가 유출된 배경 등이 꼽힌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운데)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7.8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 후보 지지자인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직후 김 여사와 통화한 내역을 밝히면서 "(김건희 여사가 전화 통화에서) 대국민 사과를 거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며, 그릇된 결정은 주변 사람들의 강권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며 "사과를 못 한 게 한동훈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다"면서 친윤(윤석열)계를 저격하고 나섰다.

한 후보측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 또한 1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자를 유출한건) "한 후보가 될 경우 본인들이 가진 정치적인 힘이 많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세력"이라며 "여당의 한 전직 의원이 (문자 5건 내용을 단독보도한) TV조선 측에 불러줘서 그걸 적었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전했다.

원희룡 당 대표 후보 캠프의 이준우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문자 유출과 관련해 "1월 14일 TV조선에서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다"며 "새로운 게 공개된 게 아니라 그때 한번 공개됐던 게 소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후보를 겨냥해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 논란으로 당원의 한 후보에 대한 실망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의 불화설도 사실로 입증된 만큼, 당원과 지지층 표심이 급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후보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대통령실과 김 여사는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 전 위원장이 지금과 같은 인식과 태도로 대표를 맡으면 당도, 대통령도, 본인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TV조선이 지난 8일 보도를 통해 공개한 문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5일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19일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23일에도 김 여사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다시 한번 여러 가지로 사과드린다"고 한 후보에 문자를 보냈고, 25일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한 후보는 자신이 일명 '읽씹'한 것에 대해 지난 9일 1차 방송토론회에서 "여러 가지 통로로 실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할 의향이 없다고 전달받고 있던 상황"이라며 "그 상황에서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더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후보가 당시 김 여사의 사적인 연락을 일종의 '정치 개입'으로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읽힌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들에게 지나친 네거티브 공방을 자제하라고 경고장을 날리며 '김 여사 문자' 논란이 사그라드는 듯했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당대회 흥행에는 도움될 수 있겠지만 비생산적인 설화이기에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