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 경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온지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검토를 언급했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확인한 이후 10월부터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선 한은이 환율‧부동산‧가계부채 등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여부를 확인한 이후 금리를 점차적으로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이르면 10월로 보고 있다. 다만 물가수렴 여부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으로 밀릴 것으로 분석한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 검토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2021년 8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3년 만이다. 금통위는 전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로 동결한 직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원은 이날 전원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6명 중 2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창용 총재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통위가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것은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2.4% 상승하며, 작년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2.2%에 머물고 있으며,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2.8%로 작년 7월(2.0%) 이후 처음으로 2%대로 내려왔다.

다만 이 총재는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에 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 기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하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줘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켜본 후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르면 10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가운데 물가수렴 여부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인하 시점은 내년으로 밀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도 “외환시장과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며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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