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시정조치 내용은 3년간 선박용 엔진 부품(CS)의 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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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기업결합은 선박 - 선박용 엔진 - 엔진 부품(CS) 등 조선업 전반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기업집단 HD현대가 선박용 엔진 - 엔진 부품(CS) 사업자 STX중공업 및 그 자회사를 인수하는 결합에 해당한다.
크랭크샤프트(CS)란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으로 엔진 내 피스톤의 상하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켜 프로펠러를 동작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며, 엔진 품질을 좌우하며,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는 STX중공업의 자회사로 엔진 부품(CS)을 생산하고 있다.
공정위는 △엔진 부품(CS)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 간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 및 선박 간 수직결합 △엔진 부품(CS) 간 수평결합 등 다양한 결합유형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했다. 특히 엔진 부품(CS)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의 경쟁제한우려에 대해 주목했다. 결합회사가 한화엔진과 STX엔진에게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아 엔진을 생산하지 못할 현실적인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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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랭크샤프트./사진=공정위 |
과거 국내 엔진 제조사들은 크랭크샤프트를 직접 생산하거나(수직계열화) 특정 업체와 전속적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8년 한화엔진(구 HSD엔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계열관계가 종료되면서 수직계열화된 구조에 변화가 발생했다. 한화엔진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크랭크샤프트 100%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던 구조에서 20%는 KMCS로부터 공급받는 구조로 변화된 것이다.
이러한 거래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결합 전에는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해 한화엔진이 엔진을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한화엔진의 수요가 STX중공업보다는 HD현대중공업으로 이동하게 돼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유인이 낮았다.
그러나 이번 기업결합으로 STX중공업이 HD현대중공업의 계열회사로 편입되고, 한화엔진의 엔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수요는 100% 경쟁자인 결합회사쪽으로 전환될 것이므로,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유인이 증가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판단에는 한화엔진이 다른 곳에서 크랭크샤프트를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한화엔진의 주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크랭크샤프트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원전 주기기의 수주 증가로 크랭크샤프트 생산을 증대시킬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중국산 크랭크샤프트는 품질, 운송비 및 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고,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크랭크샤프트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아 한화엔진의 입장에서 KMCS가 유일한 대체공급선이었다. 따라서 KMCS가 결합 후 한화엔진 등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하더라도 불리한 가격 또는 납기로 공급하게 될 경우, 경쟁 엔진사의 엔진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결합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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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업 수직계열화 구조./사진=공정위 |
특히 한화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선업에 진출했으며, 올해 HSD엔진(現 한화엔진)을 인수해 선박용 엔진제조업을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조선 및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 HD현대중공업의 유력한 경쟁사업자로 등장했다.
이러한 경쟁 구도 하에서 한화가 미처 수직계열화하지 못한 크랭크샤프트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선박용 엔진 시장, 나아가 조선업 시장에서 한화와 HD현대중공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위는 3년 동안 경쟁 엔진사의 안정적인 크랭크샤프트 수급이 가능하도록 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며, 향후 시장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심사에서 선주, 조선사, 엔진 제조사, 크랭크샤프트 제조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10개사)들로부터 다양한 의견(30차례)을 듣고, 전원회의 출석을 통한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실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해양대학교,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의 관련 전문가 자문을 받는 등 면밀한 심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심사는 ‘친환경 엔진 투자 등을 통한 전 세계 엔진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결합회사의 목적은 유지하되, 경쟁 엔진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및 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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