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가 6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운 가운데 기아 노사는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는 임금 협상에 더해 단체협약까지 진행하는 데다 평생사원 제도와 고용세습 조항 등 큰 쟁점 사안을 두고 대립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현재까지 임단협 3차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오는 18일 4차 교섭을 앞두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올해 파업권을 확보하고 부분파업 일정까지 잡으며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파업 예정일을 앞두고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차 노사는 최대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키로 합의하면서 6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완전히 마무리했다.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500%+1800만 원 △주식 25주 지급 등에 합의했다. 또 △기술직 총 800명 추가 채용(내년부터 2026년까지 총 1100명 채용) △특별사회공헌기금 15억 원 조성△퇴직 후 계약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촉탁계약직)를 기존 1년에서 총 2년으로 확장 등에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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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양재 사옥./사진=기아 제공 |
그간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은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에 영향을 받아왔으나 올해 기아 임단협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이른바 '평생사원증' 복원을 두고 노사는 샅바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는 2022년까지 현직 직원 뿐 아니라 장기근속 퇴직자에게도 평생 2년에 한 번씩 신차를 30%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이후 사측이 폐지를 요청했고 노사 간 대립 끝에 할인 혜택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바꾸고, 나이 기준을 75세까지로 했다. 할인율은 30%에서 25%로 낮췄다. 대신 2025년부터 전기차 할인 혜택을 포함했다.
하지만 형제 회사인 현대차가 퇴직자 차량 평생할인 제도를 유지하자 기아 노조는 다시 퇴직자 혜택을 되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측의 요구로 혜택이 줄어든 것인 만큼 회사가 이를 다시 수용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아 노조는 '고용세습'으로 비판받아 온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 조항도 더 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는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직원 자녀만 우선 채용하는데 '배우자'까지 채용 대상을 넓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 외에 6등급 이상 장애를 입은 조합원 가족까지 특별 채용토록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요구 사항을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립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도 이른바 평생사원증 혜택을 줄이는 것이 맞다. 현대차가 유지하고 있다고 기아까지 다시 혜택을 늘려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면서 "노조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안되면 말고' 식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 이어진다면 기업들이 점점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등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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