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고물가 속에서 청탁금지법 음식물 및 농축수산물 가액 상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
|
|
▲ 지난 2017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해 "수정·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사진=미디어펜 |
올해로 시행 8년 차를 맞는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반부패 규범으로서 공직사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의 그릇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와 같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 보다 투명한 청렴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법 시행 과정에서 긍정적인 측면 외에 사회·경제 현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민생 활력을 저하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제기돼 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 제정 당시 결정된 음식물 가액기준인 3만원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3만원으로 결정돼 현재까지 유지됨에 따라, 20여 년간의 물가상승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고물가, 소비위축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 외식업계를 비롯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등을 위해 청탁금지법상 음식물, 농축수산물 선물 등의 가액기준을 현실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호소가 계속돼왔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민생현장과 청탁금지법 규제 간의 간극이 큰 현실을 고려해 내수 소비 경제 최일선에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외식업계, 농축수산업계에 종사하시는 국민들을 위해 음식물 가액기준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농축수산물·가공품 선물 가액기준을 15만원에서 20만원 내지 30만원으로 상향해 현실화시켜 줄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상 음식물 및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범위와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농축수산물 판매 현황 등 민생 현장을 살펴보고, 농축수산업계, 외식업계를 비롯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직접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
관계부처는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1차 현장 간담회를 개최한 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이동해 2차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는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청탁금지법상 음식물 및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과 관련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실제 농축수산업계 현장에 계신 분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 애로사항 등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민권익위와 관계부처는 이날 현장 간담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인 청탁금지법 운영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민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최근 고물가, 경기침체, 소비위축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 외식업계를 비롯한 소상공인·자영업자분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청탁금지법이 지닌 공정·청렴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되, 그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해 나갈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간담회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경청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면서도 농축수산업계, 외식업계를 비롯한 소상공인·자영업자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청탁금지법상 음식물 및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범위는 공직자 등에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3만원 이하의 음식물, 15만원 이하의 농축수산물·가공품 선물에 대해서는 예외적 수수를 허용하고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