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들이 매각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 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대로 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동양생명·ABL생명을 함께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체결한 뒤 인수를 위한 실사를 추진 중이다.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가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대로 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노조는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애초 중국계 자본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할 때부터 중국계 자본이 과연 경영 의지를 가지고 인수를 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며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당시 속전속결로 인가를 허용하면서 현재 ‘먹튀’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동양생명은 다자보험그룹이 42.01%,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33.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ABL생명은 안방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안방보험은 2015년 6월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2016년 12월 ABL생명을 인수해 한국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안방그룹이 다자보험그룹에 흡수되면서 2020년부터 다자보험그룹 산하 보험사가 됐다. 다자보험그룹은 2018년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비상 경영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다자보험그룹의 최대주주는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중국보험보장기금이다. 중국보험보장기금은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한 뒤 내년에 다자보험그룹을 정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매각하는 것과 유사한 사례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29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보험계약마진이 올해 3월 말 기준 2조6912억원으로 집계됐다. ABL생명도 지난해 순이익 804억원을 올린 흑자 회사다.

노조는 “중국계 자본이 이런 알짜배기 회사를 ‘먹튀’하겠다는데 금융위는 수수방관하면서 이로 인한 보험시장의 혼란과 고통은 고스란히 애꿎은 고객과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고객들의 혼란을 막고 조합원 및 직원들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 받기 위해 인수회사가 인수 완료 뒤에도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들의 고용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인수 완료 이전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각종 합의서에 대해 인수회사가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한다는 합의서를 체결하고 인수 절차로서 실사 시 각 노조 대표자 및 집행부와 면담 진행과 미래의 노사 협력 동반자로서 사전 질의 및 답변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수 완료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 자회사 분리, 특정 부문의 외주화 등을 하지 않고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병할 경우 합병 및 이에 따른 인적 물적 구조 개편에 대해 노조와 교섭 및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에 대해서도 “보험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고객 보호 및 노동자들의 기본적 노동권과 고용보장을 위해 위 요구사항이 매각과정에서 완전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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