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만기 6개월 이상의 정기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신(예적금)금리가 본격 하락하기 전에 장기 정기예금을 사전 가입하려는 고객 수요가 확대된 덕분으로 보인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만기 6개월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총 852조 2138억원으로 집계돼 지난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초인 1월 말 818조 3710억원과 비교하면 약 4.1%(33조 8428억원) 증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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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만기 6개월 이상의 정기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신(예적금)금리가 본격 하락하기 전에 장기 정기예금을 사전 가입하려는 고객 수요가 확대된 덕분으로 보인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만기별로 살펴보면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592조 437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196조 7770억원, 2년 이상 3년 미만이 32조 6108억원, 3년 이상이 30조 7823억원 등이었다. 전 기간 모두 역대 최대치였다.
반면 5월 말 현재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86조 440억원을 기록해 연초인 1월 말 199조 629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만기가 짧은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022년 12월 252조 699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후 감소세를 이어왔다. 당시에 견주면 잔액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올해 2월에는 잔액이 209조 7666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정기예금 흥행은 향후 수신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사전 가입하려는 고객 수요 덕분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는 거듭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 여파로 정기예금 금리도 금리인상기인 1~2년 전에 견줘 크게 낮은 편이다.
실제 은행권 예금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는 3% 후반대에 불과하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고시된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단리)을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 최고 연 3.90%의 금리로 가장 높다.
그 외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이 최고 연 3.60%,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최고 연 3.40%,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과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이 각각 최고 연 3.35%를 기록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0월께 기준금리를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본격 인하할 경우 은행들도 수신금리 인하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에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조금이라도 금리를 높게 줄 때 정기예금을 가입하려는 모습이다.
이 같은 안전한 재테크 선호 현상은 정부가 청년을 대상으로 목돈마련을 도와주는 '청년도약계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원씩 5년간 매월 납입할 경우 최대 약 5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는 상품으로, 출시 1년간 133만명이 가입했으며 유지율 90%를 기록했다.
은행권 일반적금(1년 만기 기준) 가입 유지율이 45% 내외에 불과하고, 청년희망적금도 70~80%에 그친다. '5년'이라는 기간이 최대 변수로 꼽히지만, 최근 재테크족이 주식·가상자산 등 자산시장 투자보다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정부 상품에 몰리는 모습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계좌 가입유지율이 90%에 이르고 있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대다수 청년이 가입을 계속 유지하면서 자산을 쌓고 있는 것"이라며 "시중 적금상품 가입유지율이 45% 내외라는 점에서 청년도약계좌 가입유지율은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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