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공세로 당정 분열 노렸지만…‘입법 독주’에 내부 단결 계기 마련
방송 4법 필리버스터에 한동훈 책임론 제기될 총선 백서 발간 시기 밀려
채상병특검법 공세 강화에 한동훈표 '제3자 추천 특검법' 필요성도 커져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분열을 유도하기 위해 강행한 ‘입법 독주’가 오히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거야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내부 분열이 아닌 단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대표를 향했던 총선 패배 책임론도 설자리를 잃고 있어 의도치 않게 한 대표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한동훈 대표 취임 첫날인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했다. 앞서 한 대표가 김 여사의 사법리스크에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반면, 한동훈 특검법에는 ‘억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과 함께 계파 갈등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7월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를 접견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더불어 전날인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도 추진했다. 재의결 시기를 전당대회 직후로 정한 것은 전당대회 기간 남은 앙금이 이탈표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은 입법 독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4법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의 탄핵 소추안까지 추진했다. 쉴 틈 없이 공세를 퍼부으며 여권의 분열과 갈등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대표에게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오히려 호재로 여겨진다. 거야의 입법 폭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형성돼 분열보다 단결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공동의 목표 앞에 한 대표의 숙제로 여겨졌던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더불어 한 대표는 당을 정비할 시간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는 ‘총선 백서’ 발간 시기를 전당대회 직후로 예고했다. 총선 백서는 4·10 총선 패배에 ‘한동훈 책임론’을 담고 있다. 백서가 발간될 경우 한동훈 체제를 흔들 ‘신호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방송4법을 추진한 것에 국민의힘이 최소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백서 발간 시점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총선 패배 책임론에 대한 관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한 대표의 전당대회 주요 공약이었던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채상병특검법은 전날 본회의에서 재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폐기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가 당초 예상과 달리 4표가 발생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완벽히 이탈표를 단속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거야의 입법을 저지할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찬대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보다 강화된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발의 하겠다”며 채상병특검법이 통과될 때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야권의 채상병특검법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외 대안이 필요하다는 한 대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대해 “제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제 입장”이라며 거야의 채상병특검법 공세를 헤쳐나갈 대안 마련을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은) 여야가 특검을 한다 안 한다로 대치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보인다”며 “국민 60%가 채상병특검법에 찬성한다고 하는데 여당도 무조건 반대를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