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출점규제로 10여 년 간 발목이 묶여있던 ‘대기업 빵집’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규제 적용 당시와 비교하면 사회경제적 상황이 크게 변한 만큼,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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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파리바게뜨 제공 |
30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와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대한제과협회 등은 ‘제과점업 상생협약’을 5년 재연장하면서 출점제한 완화 기준을 세부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과점업은 골목상권 침해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됐다. 상생협약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신규 출점 시 중소형 제과점과 최소 500m의 거리 제한을 두고, 신규 점포를 낼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의 2%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2019년 제과점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면서, 동반위 중재 하에 대한제과협회와 대기업 9곳 등은 다시 출점 제한을 골자로 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상생협약은 오는 8월6일 만료된다.
이번 상생협약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중소형 제과점 간 거리를 기존 500m에서 400m로 완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출점 점포수 제한도 전년 말 기준 2%에서 5%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지난 10년 간 SPC그룹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 ‘뚜레쥬르’는 사실상 외형 성장을 하지 못했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2013년 3220개에서 2023년 3428개로 208개(6.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뚜레쥬르는 1258개에서 1321개로 63개(5%) 늘었다.
국내 양대 제과제빵 전문점의 점포 증가율이 10년 간 한 자릿수에 머무는 사이 커피프랜차이즈와 편의점 등은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해 속속 빵을 팔기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선두인 씨유(CU)와 GS25는 각각 자체 빵 브랜드를 출시하고, 접근성을 무기 삼아 1인가구와 출퇴근 직장인 공략에 열 올리고 있다. 이들 편의점의 국내 점포 수는 각각 1만6000~1만7000개 수준이다.
상생협약 출점 기준이 다소 완화된다 해도, 과거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현재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큰 효과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 게 프랜차이즈 업계 중론이다.
최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성장이 어려운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렸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해 9개국에 총 450여개의 글로벌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 준공 예정인 SPC 조호르바루 공장을 전진기지로 삼아 동남아·중동 포함 19억 인구의 ‘할랄(HALAL) 시장’도 본격 공략한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베이커리 해외사업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CJ푸드빌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 8447억 원, 영업이익 453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1.2%, 73.6% 증가했다고 4일 밝혔다. 특히 영업이익은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CJ푸드빌 베이커리 해외 사업은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진출 국가에서 모두 흑자를 냈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10여 년간 시장 흐름이 바뀐 만큼 규제 방향도 현실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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