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단독처리→필리버스터→거부권→재의결 후 폐기 수순
국정운영 축인 인사 또한, 임명→탄핵→재임명→탄핵 '반복'
방송 주도권·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양측, 헌법이 부여한 권한 끝까지 행사해 '충돌' 불가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라는 '입법권력'을 거머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라는 '행정권력'을 손에 쥔 윤석열 대통령 간의 '핑퐁게임'이 22대 국회가 개원한지 석달째인 이달 내내 계속 펼쳐지고 있다. 일종의 치킨게임, '극단적 대립'이다.

우선 입법 측면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법안을 단독처리하려고 하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활용해 이를 1차로 막고, 민주당이 이를 강제 종결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통과시키면 국민의힘이 이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 거부권을 행사한다. 법안은 국회 재의결 후 폐기 수순을 밟는다. 법안이 폐기되면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바꾸거나 더 강화시켜서 재발의한다. 이 또한 같은 수순을 밟는다.

행정 측면도 마찬가지다. 국정 운영의 축인 '인사' 부분에서 대표 사례가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사례가 그렇다.

윤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하고 나면 민주당이 즉각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하기 전에 방통위원장은 사퇴하고, 이후 윤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해 청문회를 거쳐 또 임명하고 나선다. 그러면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카드를 꺼내들어 이 과정을 재차 반복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5부요인 사전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3.10.31 /사진=대통령실 제공


민주당을 장악한 이재명 전 당대표와 국정 운영을 주도하는 윤 대통령은 '사법리스크' 및 방송 주도권을 놓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원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같은 장관급 인사부터 '이재명 사건'을 맡고 있는 일선 검사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의 탄핵 대상에 오른 검사 대부분이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관련인들이다.

본질은 하나로 좁혀진다. 지난 두달간 펼쳐진 양측의 '극단적 대립' 양상은 올해 4월 열린 총선 결과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총선 결과는 당시 '국민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이나 윤 대통령·국민의힘이나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끝까지 다 행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부여된 권한이 서로 맞닿는 지점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를 통한 탄핵소추안 발의, 입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이 그 지점이다.

이러한 입법권력과 행정권력 간의 극단적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어느 쪽이든 질 수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2027년 또는 다음 총선이 열릴 2028년까지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의 '여소야대' 상황은 2027년 정권 교체시 민주당이 정부와 국회를 모두 장악하는 결과로 바뀐다. 그러다가 2028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경우, 지금과 서로 입장이 뒤바뀐 또다른 '여소야대' 국면으로 들어간다.

모든게 가정, 추측의 영역이다. 국민의 선택이 2027년과 2028년 어디로 향할지 현재로선 전망하기 불투명하다.

하루만 지나면 8월로 넘어간다. 8월에도 민주당 주도로 국회 청문회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채상병특검법' 등 재의결에서 부결되어 폐기된 법안도 재차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연일 계속해서 강공을 펼치는 입법권력 앞에 행정권력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