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이 동결되면서,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잠시 멈출 것으로 보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식품업계는 원재료 값 부담을 이유로 해마다 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해왔다. 이번엔 원유 가격 동결에 가공유는 소폭 인하하기로 해 당분간은 관련 제품 가격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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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CU에서 소비자가 흰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제공 |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원유가격 협상에서 생산자-유업계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유가격은 생산비 하락에 따른 2016년 인하(18원) 이후 해마다 인상됐다. 올해도 생산비가 상승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부가 새롭게 적용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처음 동결됐다.
치즈나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도 현재 ℓ당 887원에서 882원으로 5원 인하했다.
이번에 조정된 원유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조정안에 따라 주요 유업체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도 흰 우유 가격을 동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우유가 들어가는 생크림과 아이스크림 가격이 연쇄적으로 올랐다. 당시 인상폭은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올해 원유가격 동결에도 유업계는 우유 소비 감소와 수입 멸균유 증가 등으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5만 톤(t)에서 2022년 441만 톤, 지난해 431만 톤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인다.
반면 멸균유 수입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3만2000톤에서 지난해 3만7000톤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7000톤을 기록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커피 프랜차이즈 등에서도 국산 우유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로 교체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는 신사업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80억 원을 투자한 ‘A2플러스(+)우유’로 차세대 프리미엄을 찾는 소비자 수요를 공략한다. 오는 2030년까지 A2 원유 비율을 100%로 끌어올린다.
매일유업은 ‘셀렉스’로 국내 단백질 성인영양식 시장을 공략 중이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지난 18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포럼 강연에서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들은 2026년 이후면 다 없어질 것”이라며 “우유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작업을 10년 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새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고함량 완전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시리즈를 연달아 출시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30일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을 발표하고 “낙농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국산 유제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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