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 매듭
방통위 2인 체제 운영 ‘불법’ 주장한 野 ‘탄핵소추안’ 발의 예고
방통위 시급한 현안 없어 버티기로 ‘정치 탄핵’ 역공 발판 마련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야권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당일인 31일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 자진 사퇴하거나, 직무정지를 감내하고 버티기에 돌입하는 방안 중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이 직무 정지 전 자진사퇴라는 전처를 답습하기보다 거야의 ‘정치 탄핵’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진숙 전 대전 MBC사장을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또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통령 추천 몫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지명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지난 26일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 자진사퇴로 맞이한 사상 초유의 ‘0인 체제’를 해소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임명과 동시에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했다. 그는 취임식 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업무를 최우선으로 추진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건전한 공론장이 돼야 할 공영방송이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과 미디어의 공영성, 공정성 재정립을 위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공영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7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이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과 함께 오후 5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의결을 위한 회의를 주최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KBS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위법이라며 이 위원장 탄핵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야권은 앞서 이동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5인 합의제인 방통위를 2인 체제로 운영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이들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은 오는 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표결에 부쳐진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이 위원장의 직무는 즉시 중지된다. 

더불어 야권은 이날 이 위원장이 대전 MBC사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불법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위원장이 업무상 배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뇌물 공여 등의 의혹이 있어 직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해 탄핵 명분을 쌓기 위함이다. 

김현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는 이 위원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이 위원장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 재임기간 중 청탁금지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접대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공공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방통위원장에 공직윤리와 도덕성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이 위원장은 엄중하게 조사에 임하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의 탄핵 공세에도 이 위원장은 ‘버티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임 위원장들은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업무가 중단될 것을 우려해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반면 이 위원장은 취임 당일 방통위의 시급한 현안인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업무를 마무리해 직무가 중지돼도 치명적이지 않다. 사실상 주어진 소임이 끝나 사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전임 방통위원장들의 자진사퇴로 누적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할 필요성도 이 위원장이 버티기에 돌입할 이유로 거론된다. 앞서 자진사퇴한 방통위원장들은 야권으로부터 부당한 업무를 추진한 탓에 탄핵을 피해 도망을 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이 위원장이 거야의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시켜 이들이 ‘정치 탄핵’의 희생자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위원장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될 헌법재판소가 지난 5월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의결한 ‘KBS수신료 분리징수’ 사건에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어, 같은 명분으로 제기된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이 위원장은 자진사퇴 대신 버티기로 거야의 무차별적 정치 탄핵에 대한 역공의 발판 마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