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진숙 임명 하루만에 尹정부 14명째(18건) 탄핵 추진
탄핵소추권, 헌법제65조 명시된 정당한 권한이지만 조건 '한정'
포괄적 규정에 구체적 범위 둘러싼 논란→탄핵, 정쟁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열풍이 거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지난 1일, 취임 하루 만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22대 국회 개원 후 최근 두달 사이 7번째 탄핵안을 내놓았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은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시작으로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현 이진숙 방통위원장,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이른다.

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3개월간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대상자는 이들과 함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검사 5명에 이르고 이를 합치면 모두 14명에 달한다. 탄핵 추진 횟수로는 18건이고, 이 중 검사 2명에 대해선 탄핵안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를 두고 '탄핵 중독'이라고까지 비난하고 있지만, 탄핵소추는 엄연히 헌법에서 보장된 국회의 권한이다.

14명에 달하는 탄핵 추진은, 국회를 장악해 좌지우지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 갖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8.1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한민국헌법 제65조에 따르면,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 한해 국회가 탄핵 소추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국회법 제130조에 따르면, 탄핵소추의 발의에는 소추대상자의 성명·직위와 탄핵소추의 사유·증거, 그 밖에 조사에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탄핵 사유'다. 이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과 국회법에 명시된 것이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 구체적 범위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다.

1964년 당시에는 법률로 탄핵사유의 유형을 정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내용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 헌법상의 표현으로 환원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탄핵사유를 탄핵대상에 따라 다르게 규정하지 않고 모든 (탄핵소추) 대상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규정한 결과, 탄핵제도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을 갖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는 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집행'에 한정해 보고 있어, 현직에서의 법위반행위만이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원래 탄핵제도는 일반사법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절차에 따라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공직자나 법관이 비위를 범한 경우, 이를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기 위해 마련됐다. 1948년 제헌헌법 당시부터 있어왔다.

헌재는 이와 관련해 '헌재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결정'에서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며, 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즉,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한다"고 적시했다.

민주당이 거머쥐고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탄핵소추권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이기도 하다. 향후 민주당이 얼마나 더 탄핵소추권을 활용할지 주목된다. 어떤 의도에서든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할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