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시발점은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지연이었지만 결국 모기업인 큐텐 지붕 아래 있는 인터파크쇼핑, AK몰까지 흔들리는 양상이다. 

소비자는 물론 입점사, 입점사의 하청 제조업체까지 이 사건에 물려있다. 국내 1세대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티몬·위메프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 하다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직원들도 역시 피해자다.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부처들은 TF에 총출동했다. 지난 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 관련 관계부처 TF 회의’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벤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했다.

티몬월드, 티몬, 위메프 셀러를 대상으로 선정산대출을 해준 SC제일은행 등 은행권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들도 휘말렸다. 

온라인상에서는 티메프 사태가 시작에 불과하다며 끊임없이 음모론이 제기된다.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자 중심이 구영배 큐텐 대표란 말도 틀리지는 않다. 구 대표는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M&A)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2~3년 사이에 티몬과 위메프 등을 연달아 사들였고, 계열사 자금 돌려막기를 통해 비용을 충당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작금의 상황이다. 

검찰은 반부패수사1부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지난 1일 구영배 대표와 경영진 자택 등에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였다. 

나름 신속하게 다각도로 정부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다행이지만, 티메프 사태의 논점이 ‘경영진 비리 의혹’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회사 대표 명함을 판 사람에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가장 빠르고 쉽게 혼란을 일단락 짓는 방식이란 얘기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근본적 문제를 뜯어고칠 계기로 삼아야 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수년 간 적자에 시달려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그럼에도 일정시간대에 특정 상품을 파격가로 판매하는 ‘핫딜’ 등 공격적인 판촉마케팅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구영대 대표도 지난 30일 긴급 현안질의에서 “누적된 손실과 이커머스 경쟁 격화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으로 써서 남은 게 없다”고 발언했다.

국내 3대 소셜커머스로 나란히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이즈가 달라진 ‘쿠팡’과 이들 두 업체의 차이는 ‘큰손’이다. 손정의와 같은 투자자가 뒤를 받쳐줬을 뿐, 쿠팡이나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지급 시스템은 대동소이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네이버, 카카오, 쿠팡, 지마켓‧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무신사, 롯데쇼핑 등 주요 오픈마켓 8곳 사업자들과 만나 판매대금 정산 등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했다.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책임소재 폭탄 돌리기를 할 때도 아니다. 정부는 티메프 사건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통째로 흔드는 신호탄이 되지 않도록 합당한 틀을 구축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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