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직 당직자 ‘친한계’ 내정해 최고위원회의 주도권 확보
구도적 우위는 점했지만 ‘변화’ 명분 약해 당 화합 미지수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지명직 당직자를 친한동훈계(친한계)로 재편하며 당 장악력 강화에 나섰다. 한동훈 대표는 ‘변화’를 명분으로 지명직 당직자 교체에 속도 내고 있다. 다만 한 대표는 친한계 인사를 중심으로 등용하고 있어, ‘탕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잔존하고 있는 계파 갈등의 불씨를 조속히 진화하고 당 화합을 이루는 것이 한 대표의 숙제로 여겨진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의 후임으로 4선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을 내정했다.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따라서 김 의원의 내정으로 정 전 정책위의장 사퇴 과정에서 보인 친윤계와의 갈등은 일부 정리될 것으로 읽힌다. 

실제 한 대표가 TK 중진인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한 것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영남권 의원들을 배려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 대표는 정 전 정책위의장 교체로 9명으로 구성되는 최고위원회의에서 5:4의 구도적 우위를 확보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도 친한계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 원내대표, 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최고위원 등 4인은 비한계로 분류된다. 

한 대표는 앞서 박정하 의원을 당대표 비서실장에 서범수 의원을 사무총장에 각각 임명했다. 이어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내정하면서 친윤계를 배제하고 친한계 또는 비윤계 인사를 등용했다. 당의 주류였던 친윤계의 힘을 빼는 동시에 측근 채우기로 당 장악력을 높인 것이다. 

문제는 남은 지명직 인선도 모두 ‘친한계’로 채워질 것으로 보여 ‘탕평’ 배제에 따른 계파 갈등 우려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친한계 원외인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 임명이 유력하다. 한 대표가 당대표 후보 시절 “원외와 당직을 함께하겠다”라고 약속한 만큼 원외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조직부총장에게 자리를 배려할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 여의도연구원장에는 홍영림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재신임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홍 전 원장 또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시절인 지난해 12월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홍 전 원장은 서범수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를 통보함에 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친한계 인사만을 지명직 당직자로 임명하는 것은 계파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가 비대위 시절 임명한 인사들을 재등용한다면, 정 전 정책위의장 교체 명분인 ‘변화’가 모순이 된다는 이유다. 

아울러 한 대표는 대변인단에도 친한계 인사를 기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당대표 경쟁 후보자 캠프 관계자들은 인선에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한 대표가 친한 일색으로 인선을 마무리한다면, 제3자 추천 특검법 등 원내 쟁점 사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라는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친윤계인 강승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 전 정책위의장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데 사퇴 압박을 해야 됐는지 아쉬움이 있다”며 “정 의장 사퇴와 관련해 내부에서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솔직히 저는 불만이 있다”라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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