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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경제부 차장 |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24년 8월 5일. 삼성전자가 하루에 10% 넘게 폭락하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세상에는 알 수 없는 미스터리가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SK하이닉스도 9.87% 떨어졌고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0% 주저앉았다. 금융위기도 아니고 전쟁 상황도 아닌, 그야말로 백주 대낮에 자행된 폭력적 하락이었다.
이 시점에서 국내 증시가 얼마나 취약하고, 또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는지를 얘기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엔 상황이 여전히 엄중하다. 지난 6일 낮 국내 증시 반등과 6일 밤 미국 증시의 반등, 오늘(7일) 오전 국내 증시 상승으로 긴장감이 그새 누그러진 모습이지만 자세히 짚어보면 근본적인 요소가 달라진 것은 없다.
일단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은 전 세계 장이 주저앉았던 8월 5일의 하락분을 아직은 확실하게 되돌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코스피는 5일 -8.77% 폭락 후 6일 반등분은 +3.30%밖에 되지 않았다. 모처럼 코스닥이 더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5일 -11.30% 폭락에 대한 6일 반등폭은 +6.02%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번 폭락이 그저 해프닝에 끝날 것이었다면 5일 폭락분을 바로 다음 날 회복하거나 적어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복귀시켰어야 하지만, 나스닥이나 S&P500처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수들의 지난밤 반등폭도 어딘지 모르게 미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평범한 투자자들도 느낄 수 있는 이 찝찝함을 그저 무시할 경우 나중엔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이번 폭락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한 이슈는 역시 엔화 강세, 그리고 그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모두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주목하고 있을 때 진짜 불화살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당긴 꼴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게 미국 기준으론 베이비 스텝(baby step)이지만 오랜 시간 제로금리를 유지했던 일본 기준으론 엄청난 변화라는 사실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지금 같은 미스터리한 장세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는 딱 좋은 핑계가 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 투자자들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엔 캐리 트레이드(청산)에 나섰는지 아무도 그 정확한 규모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야 조금씩 추산에 나서고 있다지만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는 느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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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낮 국내 증시 반등과 6일 밤 미국 증시의 반등, 오늘(7일) 국내 증시 상승으로 긴장감이 그새 누그러진 모습이지만 자세히 짚어보면 근본적인 요소가 달라진 것은 없다./사진=김상문 기자 |
이럴 경우 시장의 불안감이 이 부근을 맴돌다 어느 순간 증시 폭락의 시나리오가 다시 촉발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은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우연히 암살’되면서 일어났다. 강력한 경기침체나 경제위기의 시작은 언제나 엉뚱한 방향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상기해볼 시점이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에서 현시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엔‧달러 추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최신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제 절반 정도 청산된 것 같다고 추산했다. ‘절반이나’ 청산된 것인지 ‘절반밖에’ 청산 안 된 것인지의 해답은 시장만이 알고 있다. 어떻든 여전히 도화선에 불이 붙어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내보내는 지표 중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물가보다는 실업률(고용지표)이다. 언뜻 보면 이번 폭락은 미국 실업률이 4.3%까지 치솟았다는 데서 출발한 걸로 보였는데, 9월 초에 발표될 8월 실업률 발표 시점에 시장은 다시 한 번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중동 위기 등등은 잠시 빼놓고 생각해도 변수가 너무 많다. 적극적인 투자에는 신중할 시점이다. 이번 폭락 이후 증시 예탁금이 엄청나게 유입됐는데, 이는 아마 코로나19 폭락 이후의 급반등을 기억하는 돈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저금리였지만 지금은 고금리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시장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주저앉은 건 사실이고, 다수의 종목들이 매력적인 가격까지 내려온 것도 맞는다. 하지만 가격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상황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주가는 결국 상황의 지배를 받게 마련이다.
‘똘똘한 한 종목’만 잘 고르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걸러 들어야 한다. 이 말은 100%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긁지 않은 복권 같겠지만, 내가 산 복권이 당첨되느냐는 언제나 별개의 문제다. 매수는 은이요, 관망은 금이다. 8월 5일을 쉽게 잊어선 안 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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