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발판 삼아 IP(지식재산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M&A를 통해 검증된 IP를 확보해 트렌드에 대응하고 역량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인건비 증가, 개발 기간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게임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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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R&D 센터 전경./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역량 있는 글로벌 개발사를 발굴한 후 인수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이 회사는 최근 스웨덴 소재 신생 게임 개발사 문로버게임스(Moon Rover Games)에 초기 투자(48억 원)을 단행했다. 문로버게임스는 배틀필드, 파크라이 등 FPS 슈팅 게임 제작 경험이 있는 인원으로 구성됐다. 엔씨는 PC 콘솔 기반의 협동 FPS 장르 신작 '프로젝트 올더스'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다.
엔씨소프트는 또 국내 대표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 원 규모의 지분 및 판권 투자도 진행했다. 이번 투자로 서브컬처 장르 신작 '브레이커스:언락 더 월드'의 글로벌 퍼블리싱 판권과 빅게임 지분을 확보했다. 빅게임스튜디오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고 게임 개발과 기술 및 사업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라이엇게임즈·블리자드 출신인 오진호를 CGPO(글로벌 최고 퍼블리싱 책임자)로 영입하며 M&A를 준비 중이다. 오 CGPO는 다음 달부터 크래프톤에 합류해 해외 사업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오 CGPO를 중심으로 M&A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엔씨와 크래프톤이 3조 원이 넘는 유동 자산을 가지고 있는 만큼 M&A 시장 투자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양사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지만, 각각 IP 관련 약점을 지니고 있다.
엔씨는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메가 IP를 소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서비스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만 집중돼 있는 점이 취약점으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대부분의 매출이 배틀그라운드 IP에만 집중된 '원 IP' 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도 국내 게임사들의 M&A에 긍정적이다. 검증된 IP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워험요소(리스크)가 적다고 평가 받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력을 꾸려 게임을 개발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프로젝트가 중간에 중단될 경우 성과 없이 비용만 날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M&A를 통해 IP를 확보하면 개발 중인 게임을 가져오는 만큼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게임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비교적 개발 기간이 짧은 중국 게임들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반응할 수 있다.
네오플 인수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했던 넥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8년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개발사인 네오플을 인수했다. 인수 가격이 3800억 원이나 되는 탓에 고평가 논란이 일었지만, 던파 IP가 중국 시장에서 초대박을 내면서 오늘날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 받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해 IP를 확보할 시 빠른 시간 안에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기존 유저 층들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며 "초기 비용은 많이 발생하지만 게임이 성공할 시 퍼블리싱보다 높은 수익성을 발생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게임사들이 빠르게 프로젝트를 뽑아내는 중국 게임사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M&A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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