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실태 점검을 통해 은행에 55건, 지주에 14건의 경영유의·개선사항을 각각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일가 법인에게 내어준 대출 616억원 중 350억여원을 부당하게 대출해줬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내부통제 문제점이 범그룹 전방위적으로 퍼진 모습이다.
|
|
|
▲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각사에 두 자릿수의 경영유의·개선사항을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은행은 55건, 우리금융지주는 14건의 시정요구를 각각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
금감원은 12일 경영유의사항 등 공개안 고시를 통해 우리은행에 55건(조치일 7월 26일 경영유의사항 20건 개선사항 30건, 8월 2일 개선사항 5건), 우리금융지주에 14건(7월 26일 경영유의사항·개선사항 각 7건)을 각각 조치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경우 대출과정·충당금을 비롯 내부통제 관련 문제점이 전방위적으로 드러났다.
우선 7월 조사에서 드러난 경영유의사항으로는 △기업여신 조기경보제도 사후관리업무 강화 △준법감시인의 전문성 강화 △계약 관련 내부통제 체계 강화 △업무위탁 관련 내부통제 강화 △임직원 금융투자상품 매매 관련 내부통제 강화 △임직원 위법행위 징계 절차 강화 △일상감사 업무 강화 △판매채널에 부합하는 상품 판매절차 강화 등 총 20건이 거론됐다.
개선사항으로는 △그룹사간 겸직 평가절차 개선 △법규준수프로그램 관련 업무 담당 개선 △상시감시모니터링 업무 개선 △금융범죄행위에 대한 고발지침 개선 △내부감사 업무 개선 △동산 및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사후관리 개선 △개인신용정보 조회권한 설정절차 개선 △기업대출 자금 용도외 유용 점검절차 개선 △PI자산 투자 심사·승인 관련 업무절차 개선 △IB여신 현장실사 업무절차 개선 등 30건이 거론됐다.
이 중 '금융범죄행위에 대한 고발지침 개선'은 유독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 내규 '금융범죄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에 따르면 은행은 임직원의 범죄혐의에 대해 고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내규에 '고발 제외'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인사협의회에서 범죄의 정상을 고려해 고발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러한 특징이 인사협의회에서 비합리적이고 자의적인 사유에 따라 '고발제외'로 관대하게 의결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고발제외 기준을 구체화해 임직원 범죄혐의에 대한 고발여부를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내규를 개선하라는 입장이다.
8월 조사에서 드러난 개선사항 내용으로는 △외국인 및 법인 고객확인업무 미흡 △고객확인업무 및 고객위험평가제도 운영 미흡 △사기이용계좌 등록 정보의 자금세탁방지 업무 연계 미흡 △의심거래 보고 업무 운영 미흡 △독립적 감사 미흡 등 5건이 거론됐다. 금융업무를 수행할 때 고객확인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의심거래에 대한 경각심이 결여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외국인 고객에게 외국인등록증, 국내거소증 등 문서적 방법을 통한 확인을 거치지 않고, 비문서적 방법으로 신분을 확인하면서 구체적 내용조차 남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객확인 모니터링 작업을 소홀히 해 고객정보가 잘못 기재되거나 증빙서류가 등록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의 집합적 전문성 및 다양성 강화 △사외이사의 지주·은행 겸직구조 점진 해소 △과점주주와의 이해상충 방지 관련 내부통제 강화 △준법감시인 및 리스크관리책임자의 전문성 강화 △문서관리시스템 운영 및 자체 점검 강화 △그룹 내부자본 측정 및 한도관리 강화 △감사부서의 독립성 강화 △그룹사간 겸직 평가절차 개선 △그룹 신용·시장리스크 위험가중자산 산출 절차 개선 등 14건의 지적을 받았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1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회장직 임기를 수행 중일 당시, 우리은행이 손 회장 친인척 법인에게 42차례에 걸쳐 616억여원에 달하는 자금을 내어줬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350억원 규모의 대출 28건은 서류·담보가치 등에 수상한 점이 많았음에도, 우리은행이 이를 묵인하고 부당하게 대출을 공급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