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야권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 선언에 따른 이른바 '반쪽 광복절'이 사실상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태의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위안부 기림일인 오는 14일부터 대대적으로 대여 공세를 펼칠 예정이어서 광복절을 전후로 여야의 '친일' 및 '뉴라이트' 정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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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국회의장. 2024.6.23./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우원식 의장은 이날 '제79주년 광복절에 즈음한 국회의장 성명'을 발표해 "광복절을 갈등과 분열의 날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대통령이 책임 있게 이 혼란을 매듭짓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 의장은 "독립기념관은 항일독립운동의 상징적 공간"이라며 "당사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임 관장이 설립 취지에 적합한 역사 인식을 갖췄는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임명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한 만큼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라"며 "독립운동을 모독하고 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건국절 추진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를 대표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와 함께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역사의 존중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며 "이 원칙을 흔들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과거를 성찰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앞서 전날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이종찬 광복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우 의장에게 3부요인 중 한 사람인 만큼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 자신은 재차 불참할 뜻임을 재차 밝혔다.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거부했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어떤 면에서 뉴라이트인가"라며 광복회 등의 사퇴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김 관장은 오히려 독립기념관장 면접 당시 '일제강점기에 우리는 일본 국민이었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이종찬) 광복회장이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의 국적은 어디인가'라고 물었다"며 "나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는데 그래서 우리가 국권을 되찾기 위해서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지만 뒷부분은 자르고 앞부분은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김 관장이 독립기념관장직 사퇴를 거부하자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점차 격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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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왼쪽에서 두 번째)이 8월 13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8.13,/사진=미디어펜 |
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는 대신 서울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리는 광복회 주관 기념식 참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이에 앞서 오는 1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사대굴종외교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여 총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했고, 뉴라이트 계열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을 각종 기관장에 임명하며 점점 금도를 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역사 쿠테타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은 위안부기림일이기도 한 오는 14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제12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밀정들에 둘러싸인 술 취한 대통령이 나라를 정말로 팔아먹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진짜 나라를 팔아먹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권은 비교적 김형석 관장 임명 문제를 놓고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4선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에 대해선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을 낼 수 있다"면서도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의 큰 경축일인 광복절 기념(경축)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에둘러 야권을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당에서도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고 (의원들 역시)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짜리' 행사가 되고 야당이 별도로 광복절 기념식을 진행하면 국가 망신과 비슷하게 가는 만큼 (현 국면은) 여당에게 더 불리하다"며 "야권이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의사 전달을 해야 하고 무조건 불참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지만 정치권의 대응이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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