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동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강제동원’ 문구없이 사도광산이 등재된 것을 비판했다. 또 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가혹한 노동현장 전시관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으로 정해진 것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도광산 등재에 앞서 일본측과 진행했던 논의에 대해 “2015년 일본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우리가 일본측으로부터 얻어낸 합의 결과인 강제성 인정을 토대로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일본대표가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그동안 채택된 모든 결정과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여기에 일본정부는 한국인의 가혹한 노동현장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기로 약속했고, 이미 전시했다. 우리가 세 가지 주머니를 챙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군함도 등재 당시 일본정부가 조선인의 강제노동과 관련한 정보센터를 설치하기로 약속해놓고 이를 어겨 5년 뒤인 2020년 도쿄 변두리에 마련한 것에 비해 진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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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4.8.13./사진=미디어펜 |
그러면서 조 장관은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도수표지만 그것도 챙겼다. 포기한게 아니라 부도수표도 챙기고 어음·현금도 챙긴 협상이라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군함도 사안과 사도광산 사안이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라고 따져물었고, 조 장관은 “사안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장관은 국민공복으로서 외교협상에서 국익과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 국민에 대한 거짓말이 아닌지 잘 생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한국인 노동자가 겪은 고통을 알리는 전시장소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셑너가 아니라 노후된 시설인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으로 정한 것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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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4.8.13./사진=미디어펜 |
이 의원은 “구글맵을 검색하면 사도광산 관광센터인 ‘키라리움 사도’는 후기가 300개가 넘는다. 아이카와 박물관 후기는 16개뿐이다. 키라리움 사도는 시설이 좋고, 아이카와 박물관은 노후됐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에 전시 내용을 숨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일본 보수성향 매체인 요미우리신문조차 강제동원을 감추려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측이 고난의 역사와 일찍이 마주앉았으면 사태가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면서 “(조 장관이) 부도수표 말고 현물을 받았다고 하시는데 차라리 부도수표를 남발하는 것을 국제사회에 드러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차라리 부도수표를 남발하는 비판을 받도록 하는게 더 낫지 않았나라는 지적에 일응 동의하는 심정도 있다”며 “그런데 등재 반대가 우리의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본다. 2015년에 아픈 역사를 남겼고, 또 이행조치로 또 다른 기록을 남겨서 축적시키는 것이 우리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한풀이하듯이 자폭하는 것이 국익에 더 나은건지 깊은 고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사도(佐渡)광산이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의 전원동의를 얻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유산위원회 결정은 컨센서스(의견일치) 원칙으로 진행되며, 한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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