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삶이 있는 곳. 숨결이 느껴지는 곳. 그 오롯한 삶과 가지런한 숨결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을까?

숙제다. 풀리지 않는 과제이자 화두처럼 다가오는 떨쳐버릴 수 없는 무게다. 인생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그 찰나의 순간을 잡기 위해, 허용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셔터에 맡겨 온 시간.

삶의 한 켠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2년여간 오징어배에 올라 그 세월과 체험을 담은 사진집이 화제다. 지난 5일 출간된 전헌균의 두 번째 사진집이 얘기다.

전 기자는 유럽통신사 EPA (european pressphoto agency) 한국 주재 사진기자로 지난 2006년 보도사진전과 사진집을 발간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전 기자는 1999년부터 2년에 걸쳐 동해시 묵호항을 찾아 채낚이 오징어잡이 배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변화가 빠른 우리 시대에 지금은 보기 어려운 귀한 기록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사진에 투영된 현장에 대해 그는 "오징어잡이 '방주호'는 채낚기 어구를 사용한다”라며 “긴 줄에 낚시를 달아 한 마리 한 마리씩 낚아채는 방식이다. 지금은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돌리는 수동 채낚기"라고 말한다.

이어 "야간 조업을 위해 선원들은 낮부터 준비한다. 이 중에는 청각장애인, 손발이 불편한 이들도 있다. 힘들고 고된 현장의 모습은 물론, 삶의 거친 파도를 견뎌내는 배꾼들의 애환, '방주호' 선장의 호탕한 모습까지 생생한 삶의 현장"이라고 전한다.

사진집에는 60여 장의 묵호 배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고, 서문에는 사진의 이미지를 도울 수 있는 이준 작가의 글 '오징어 배꾼들의 오디세이'도 수록되어 있다.

   
▲ 1999년 IMF 외환위기, 우리 시대를 기록하는 전헌균은 35mm 필름 몇 통을 챙겨 지금은 사라진 채낚이 어선 방주호 취재를 위해 동해 묵호항으로 떠난다. /사진=전헌균 기자 제공

전 기자는 말한다. "1999년 IMF 외환위기, 그 해 나는 35mm 필름 몇 통을 들고 평소에도 자주 가던 강원도 동해 묵호항으로 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묵호는 내게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지만, 진득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버지와 같은 곳"이라며 "지난한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그들의 가쁜 숨소리를 느낄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활기 같은 것이 생겨나곤 했었다"라고 회고한다.

이어서 "이제 활기찼던 항구의 모습은 보기 힘들고, 배들은 발이 묶인 채 부표처럼 떠 있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사진을 꺼내본다"라며 추억의 책갈피를 넘긴다.

   
▲ 선원 중에는 청각장애인, 손발이 불편한 이들도 있으나 “지난한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그들의 모습이 생동감과 정겨움으로 다가왔다"라고 전한다. /사진=전헌균 기자 제공

   
▲ 전 기자는 사진 작업 동기를 “그때나 지금이나 묵호항은 내게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지만, 진득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버지와 같은 곳이었다"라고 말한다. /사진=전헌균 기자 제공


   
▲ 전 기자는 “사진집에는 없지만 저녁에 출항해 밤새 작업 후 동트는 아침에 귀항하는 어선들의 눈치작전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라고 말한다. 한 푼이라도 경매가를 높게 받기 위한 일이다. /사진=전헌균 기자 제공


   
▲ 사진집에는 60여 장의 방주호 배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고, 서문에는 이준 작가의 '오징어 배꾼들의 오디세이'도 수록되어 있다. /사진=전헌균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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