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차기 일본 총리에 누가 오를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인 자민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이 바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물러나는 것이다. 차기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치불신 초래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재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지도자들을 지원하는데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이어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36개월 즉, 1000일 이상 총리직을 수행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역대 8번째로 오랜 재임한 총리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당내 비자금 파문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4월 중의원 보궐선거 3곳에서 전패했다. 올해 들어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러 있었다. 당내에서 “기시다 총리로는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총리 교체론이 부상했다.
기시다 총리의 임기 만료일은 9월 30일이다. 이제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에도 자민당 총재선거는 여러 후보가 난립하면서 치열하게 전개될 양상이다. 우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 등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이 여러명 거론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현재 다음 총재선거는 ‘스가 요시히데 계’와 ‘아소 다로 계’의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최종 이시바 전 간사장과 모테기 현 간사장의 대결로 치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사카 교수는 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도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일본매체에 따르면,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상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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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2024.08.1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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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얻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08년, 2012년, 2018년, 2020년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총재선거에 출마해왔다. 호사카 교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일본 정치인 가운데 한국 및 중국 관계를 중시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고노 디지털상은 2019년 외무상을 맡으면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문제로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무례하다”며 면박을 준 일로 한국에선 부정적으로 인식된 인물이다. 다만 그의 부친인 고노 요헤이는 1993년 내각 관방상으로서 일본정부가 처음 일본군 위안부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모테기 간사장은 최근 자민당 내에서 ‘킹 메이커’로 꼽히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계파에 속한다. 일본 우익 강경파로 분류되며, ‘미국 일변도’의 성향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모테기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트럼프와 구축했던 개인적 친분을 재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성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리틀 아베’로 불릴 정도로 우익 강경파 정치인으로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단골로 참배해온 인물이다. 기시다 총리가 총재에 당선된 2021년 선거에서 고노 다로 등과 함께 후보로 출마했었다.
40대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여론조사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서 아버지로부터 50세 전까지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얘기가 일본 정가에 퍼져 있다. 그는 2019년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대할 때는 즐겁고 쿨하고 섹시해야 한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고이즈미와 함께 40대 젊은 정치인인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최근 아베파 의원들이 비자금 파문으로 요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아베파 지지를 얻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모두 광복절인 15일 직접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국회의원과 당원(당비를 납부하는 일본 국적자), 당우(자민당 후원단체 회원) 투표로 진행된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해 결선투표로 가게 될 경우 국회의원의 비중이 커진다. 따라서 당내 파벌 구도 및 의원과의 이해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핮다.
이처럼 국민인기와 무관하게 당내 역학관계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것이 총재선거에선 ‘킹 메이커’ 역할이 중요하고, 아소 다로 부총재(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두 사람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지만당 총재선거는 9월 20~29일 사이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구체적인 일정은 오는 20일 확정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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