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30년간 지속된 대양연구... ‘해양경제영토 확장’ 성과 올려
대양연구선 이사부호, 지구 8바퀴 돌며 해양자원 개발 연구 매진
해저 이산화탄소 포집, 인도양 기후 변화 연구 등 기후위기 대응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1년 중 300일 넘게 인도·태평양에서 바다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광물자원과 해양환경 연구를 거듭하면서 국내 미래산업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대양연구선 ‘이사부호’다. 

   
▲ 종합해양연구선 이사부호./사진=구태경 기자


최근 기술 발달과 동시에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책임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전기·수소차,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등 친환경 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는 첨단 기술뿐 아니라 희귀금속 등 많은 광물자원이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보유 자원이 부족해 호주나 중국 등 자원부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해가 거듭될수록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응은 인간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그동안 바닷속 조사를 통해 얻은 시료 등 성과를 갖고 재정비를 위해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사부호를 만나봤다. 

13일 이사부호가 정박해 있는 거제도 한국해양기술원 남해연구소에는 이사부호 건조 이전까지 30년 넘게 대양연구를 해왔던 이어도호를 비롯, 온누리호, 장목1호 등 4척이 있었다. 이들이 한 데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문 광경이라고 한다. 

   
▲ 첨단관측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는 이사부호 내부 모습./사진=구태경 기자


이사부호는 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운영하고 있으며 길이 약 100m, 총 5894톤으로 최대 60명이 승선할 수 있는 종합해양연구선이다. 저소음・저진동 설비와 친환경 연소처리 장치를 갖춘 친환경 스마트 조사선으로 해저 8000m까지 탐사할 수 있다. 심해영상카메라를 비롯한 첨단 관측장비 40여 종을 구비하고 있으며, 배에서 관측한 해양과학자료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실시간으로 육상의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사부호는 2016년 취항 이후 지금까지 지구 약 8바퀴(총 31만 3010㎞) 만큼의 바다를 누비며, 해양자원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양연구 역량을 대내외적으로 입증했다. 

먼저 가장 최근 성과로는 올해 상반기에 해양수산부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인도양 해저열수광상 개발유망광구 선정사업(2021∼2026년, 176억원)’과 ‘인도양 한-미 공동관측 연구’ 수행을 꼽을 수 있다. KIOST 연구진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0일까지 27일간 우리나라가 독점탐사권을 확보한 인도양 공해상에서 열수광체 7곳을 대상으로 해저면 광체 노출규모와 지형구조를 파악하는 탐사를 진행했다. 향후 심해 해양환경을 고려한 개발 적합도 평가 등 정밀탐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이사부호가 탐사한 시료가 남해연구소 시료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모습./사진=구태경 기자

  
해저열수광상은 지각 틈새에 스며들어 고온이 된 해수와 주변암석이 반응해 생성된 금속자원으로 금, 구리, 아연 등이 함유돼 있어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태평양과 인도양 등 총 5개 지역에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부호는 하반기에 여의도 총면적의 약 350배에 달하는 서태평양 공해상 망간각 독점탐사 광구(3000㎢)에 대한 탐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열수광상은 육상에는 전세계적으로 900곳 이상 존재한다. 금 구리 아연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인류가 가장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금속광물이다. 지질시대 바다속에서 해저열수활동이란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걸로 알려져 있다. 현재 바다속에서도 이러한 활동이 이뤄져 금속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1970년대 말, 미국 엘빈 잠수정 개발되면서 해저열수광상 탐사를 진행해 최초 발견 후 지금까지 550곳 이상이 발견돼 실제 바다에서 금속 광물자원 만들어지고 있단 게 확인됐다.

   
▲ 이사부호 주요 연구해역./사진=KIOST


김종욱 책임연구원은 “전기차나 재생에너지에 사용되는 금속 수요가 매우 늘고 있는 추세에서 첨단산업 필수소재인 자원 안정적 공급위한 공급원 확보하려는 게 연구목표다. 바닷속 자원량을 예측하고 자원의 생성기원이나 개발적합성, 주변 해양연구 통해 개발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금속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대양연구 취지를 댔다. 

공해상 자원은 특정 국가가 개발해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국제해저기구(ISA)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제해저기구는 2011년에 탐사규칙, 개발 후 관할 관리 등을 담은 해저열수광상 탐사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먼저 탐사광구를 확보했고 우리나라도 2014년 탐사 계약을 통해 세계에서 3번째로 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김 연구원은 “탐사계약 후 10년 동안만 약 2500㎢에 대한 최종 개발가능한 광구를 확보하게 되는데, 한국은 2026년까지 최종 광구를 확정해야 한다”며 “자원분포, 해저면 노출정도 등 자원 전반 규모 파악하기 위한 물리탐사기법을 사용해 자원특성, 생성기원, 개발 후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심해열수환경 연구 등이 주요 연구활동”이라고 설명했다.

KIOST 연구진들은 2014년 본격계약한 후 2017년 이사부호로 본격적인 탐사에 나섰다. 11개 열수광체 분포를 확인했고, 큰 규모의 자원 형성 가능성이 있는 곳들 확인하고 있는 단계로 우리나라가 발견한 곳에는 고유명칭 부여하고 논문을 발표했다. 

해저열수광상을 통해 배출되는 열수유체는 매우 고온으로 특정 장비를 이용해서만 시료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장비 갖춘 곳은 전 세계에서 일부 선진 해양 연구기관에서만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미국해양대기청(NOAA) 산하 연구진에 요청해 공동승선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에는 해양 현무암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포집해서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면서 “2026년 말까지 자원규모 예측하고 개발영향 평가해 최종 개발유망광구 확정 후엔 자원 상용화 대비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사부호가 채취한 망간각 시료./사진=구태경 기자


또한 이사부호는 서태평양 망간각 자원탐사에도 나섰다. 망간각은 육상의 산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해저산에는 상승 해류의 산소와 코발트, 니켈 같은 수층 금속이온이 결합해 정상 부위에 축적된다. 국제해저기구가 2012년도에 탐사규칙을 발표, 그에 맞춰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러시아, 중국 4개국이 망간각 탐사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국제해저기구는 처음 3000㎢ 범위에 10년간 시간을 준다. 망간각 분포 지역을 선별해서 개발할 지역을 확정하라는 이유에서다. 3000㎢ 중 최종적으로 우리나라는 1000㎢을 갖고 나머지는 국제해저기구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탐사계약 맺고 서태평양에 망간각 독점탐사광구 확보, 2028년까지 확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영탁 대양자원연구부장은 “해양광물자원 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육상광산대비 바다에서 캐는 게 돈이 돼야 하는데, 망간단괴의 경우 2021년까지 어느 국가도 개발하지 못해 다시 7개 국가가 2026년까지 연장한 상황”이라며 “망간각의 자원량을 좌우하는 건 망간각의 두께다. 따라서 경제성 있는 두꺼운 망간각이 분포하는 구간을 찾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직 국제해저기구에서 해양광물자원 개발규칙이 제정되지 않은 것도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이사부호를 활용한 ‘인도양 한-미 공동관측 연구’는 세계 최고의 해양 연구기관인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공동 참여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양탐사 역량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설명에 따르면, KIOST 연구진은 지난 6월 NOAA와 함께 서인도양 열대 해역에서 대기부터 수심 4000m의 해저까지 동시에 관측이 가능한 계류관측선(RAMA-K)을 세계 최초로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수집된 관측자료는 인도양 해양환경의 변동을 파악하고, 동북아 지역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데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 강동진 KIOST부원장이 이사부호의 주요 연구활동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구태경 기자

   
강동진 KIOST부원장은 “2020년에는 60일 이상 되는 유례없이 긴 장마를 경험했고, 올해는 굉장히 좁은 범위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또 중국에선 2020년 장마기간과 비슷한 강우량 올해 한꺼번에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인도양의 변화가 동북아 기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연구결과를 통해 논문도 많이 나와있는 상태”라며 “앞선 2개 과제가 해저 바닥을 연구하는 것이라면 이번 연구는 바닷물을 탐구하는 것이다. 인도양의 변화가 우리나라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사부호는 인도양 심해에서 새로운 열수분출공을 발견하는데 기여했으며, 태평양에서는 슈퍼 태풍의 발생원인과 한반도 주변의 고수온 현상을 규명하는 연구도 수행하는 등, 해양과 기후연구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희승 KIOST원장은 “이사부호의 취항으로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대양탐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국제 해양 탐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KIOST의 인프라와 축적된 연구 성과가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와 산·학·연간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