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폭 관리수준 넘어…은행별 대응 한계, 풍선효과·대출절벽 관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초 계획 대비 과도한 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목표치를 낮추겠다며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27일 오후 브리핑실에서 은행권에 대한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향후 가계부채 관리 대응' 자료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 계획을 초과한 은행은 내년도 시행하는 은행별 DSR 관리 계획 수립 시 더 낮은 DSR 관리 목표를 수립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초 계획 대비 과도한 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목표치를 낮추겠다며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가계대출 증가 폭이 당초 계획보다 큰 은행일수록 내년 DSR 관리 목표치를 더 낮춰 잡겠다는 것인데, 일종의 페널티를 부여하겠다는 심산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DSR이 개별 차주로는 40%로 제한돼 있는데, 은행별로도 평균 DSR이 산출된다"며 "계획 대비 (가계대출) 실적이 과도하면 평균 DSR을 낮추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관리 계획을 잡을 때 (은행별로) 목표를 차등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가계부채가 최근 관리 가능한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원장보는 "(월별 순증액이) 5조5천억원 내외면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7~8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으로 갑자기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달 21일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이미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초 계획 대비 150.3% 수준인데, 연초 목표치를 8개월로 환산할 경우 가계대출 증가 수준은 200.4%에 달한다. 경영계획 대비 실적 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376.5%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개별은행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감독당국의 미시적 연착륙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별 DSR 목표치 관리뿐 아니라 타 업권(보험·중소금융)으로 풍선 효과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실수요자의 '대출 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금감원은 가계부채 관리차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당위성도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오전 KBS1에서 방영한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정부는 수도권 집값 상승 등 최근 부동산 시장 관련해서 개입 필요성 강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은행들과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논의할 것이고, 그 과정이 정부 개입으로 비치면 어쩔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재무건전성 및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보호 문제 등도 우려되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규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은행별 경영계획 수립·관리 등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주요 감독당국도 필요시 시스템 리스크가 큰 금융회사(부문)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상시적인 지도·감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충현 부원장보도 이날 대출금리 인상에만 나선 은행권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박 부원장보는 "대출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적 없고 당국이 개입할 내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채에) 손쉽게 대응할 수 있는 게 대출금리 인상인데 그러한 영업 형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라며 "손쉽게 이익을 늘리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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