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사 CEO에게 경고성 발언을 내놓는 한편, 은행권 대출영업을 압박하면서 관치금융이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으로 평가받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유예 조치 및 정책모기지에 대해 특별한 발언 없이 은행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은행 때리기'를 택해 관치금융을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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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사 CEO에게 경고성 발언을 내놓는 한편, 은행권 대출영업을 압박하면서 관치금융이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으로 평가받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유예 조치 및 정책모기지에 대해 특별한 발언 없이 은행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5일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대출 의혹 사건에 대해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결과에 따라 처벌·제재를 펼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법상 할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 때 안 한 건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새 지주 회장, 행장 체체에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수습 방식이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 강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신뢰를 갖고 우리금융, 우리은행을 보기 보다는 숨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검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당시 발언 이후 우리금융은 바짝 엎드리기에 나섰다. 임 회장은 지난 12일 1차 공개사과에서 '환골탈태'를 다짐한 데 이어, 전날에도 "국민과 고객에게 심려 끼친 점 거듭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사안을 두고 두 차례나 공개사과를 표명하자, 일각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으로선 당국의 경영진 제재와 보험사 인수 승인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부문 강화의 일환으로 증권에 이어 보험부문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은행 의존도가 95%에 육박하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전날 동양·ABL생명을 1조 5493억원에 인수하기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만약 당국이 손 전 회장 사건을 이유로 심사할 때 재무건전성과 경영관리 측면을 문제 삼을 경우 보험사 인수는 불발될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지주나 우리은행이 기관제재를 받게 될 경우 미래 신사업 신청이 막힐 수 있다. 경영진이 행정제재를 받게 되면 5년간 타 금융권 임원으로의 취업도 어려워진다. 이 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노조는 CEO 압박에 나선 당국의 행보에 날을 세웠다.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복현 원장은 임기 초부터 금융감독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금융권을 길들이는 데 집중해왔다"며 "최근에는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금융지주 경영진을 지목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금융권 길들이기의 시범케이스로 삼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금융사고는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인 만큼,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해당 직원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논란인 것처럼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분석 및 재발방지는 외면한 채 CEO만 제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전 은행권 가계대출 영업행태 비판도 논란거리다. 특히 당국의 대출규제에 대해 금융노조는 '뒷북·남탓'이라는 평가까지 내놓았다.
앞서 이 원장은 "은행들이 쉽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단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는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은행들의 금리 정책에 관여를 안 했지만, 앞으로는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 집값 상승 등에 대응해 은행에 대한 개입 필요성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수사와 겁박으로 금융을 길들이려는 전형적인 정치 검찰 방식이다"며 "연이은 금융당국의 노골적인 관치 열망이 금융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목표로 가계대출을 쉽게 허용하며 문제를 야기했다"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연기는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자율'을 운운하며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며 "변명이 아니라 오락가락한 금융정책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금융시장에는 △보금자리론 등 50년 만기 주담대 △최저 1%대 신생아특례대출 △주담대 대환대출 △고정금리 주담대 등이 출시됐다. 고금리 시기 원리금 상환부담에 시달리던 대출자들을 의식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내놓은 정책상품이다. 하지만 정부와 당국의 바람대로 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서자, 실수요자들은 패닉바잉으로 화답했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 7월 2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발언했다. 회의를 전후로 은행들은 두 달 새 대출금리를 20차례 이상 인상했다. 하지만 이 원장이 금리 대신 대출 자제를 당부하면서, 은행들은 주담대 외 전세대출 영업 축소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이날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 주담대 대출기간도 최장 30년으로 축소했다. 또 갭투자 방지 목적으로 다음달 3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증액 범위 내에서 제한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다음달 2일 3일 MCI‧MCG 가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6일 MCI·MCG 취급과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신규 주택공급을 미루면서 대출을 막았다가 현금부자들이 줍줍(주워담기)에 나서면서 집값 폭등만 초래했다"며 "일시적 부침이야 있겠지만 대출을 규제한다고 해서 수도권 집값이 내려가거나 거래가 뚝 끊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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