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여도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짧아도 두세 달 안에 가계대출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문턱도 당분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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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여도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시중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7조735억 원으로, 7월 말(559조7501억 원)보다 7조3234억 원 불었다.
역대 월간 최대 증가 폭이었던 7월(+7조5975억 원)보다는 약 2000억 원 적은 수치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주요 은행들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의 강한 대출 억제 조치가 쏟아진 사실을 고려하면 두 달째 유례가 없는 급증세가 이어진 셈이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1일)을 앞두고 30∼31일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다면 지난달 전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8조 원 안팎으로 7월 기록을 경신했을 가능성도 있다.
신용대출도 29일 만에 8202억 원(102조6068억 원→103조4270억 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까지 끌어 쓰면서 3개월 만에 반등했다.
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조3234억 원(715조7383억 원→724조617억 원)으로, 2021년 4월(+9조2266억 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기록을 갱신했다. 가계대출 역시 남은 영업일 이틀(30∼31일) 취급액까지 더해지면 9조 원대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은 이와 같은 가계대출 급증세가 당장 수개월 안에 급격히 꺾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 시점으로부터 약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는데 최근까지 주택 매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2783건으로 6월보다 41%나 늘어 2년 11개월 만에 1만 건을 넘어섰다.
당분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 입장에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이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줄어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식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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