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2대 국회가 여야의 장기 대치 속에 임기 시작 후 96일만인 2일 개원식을 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개원식에 불참했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1987년 개헌으로 1988년 2월 제6공화국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처음이다.
윤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건 '국회 정상화'를 내걸어서다.
윤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국회 상황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윤대통령은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될지 용산에서도 참모들하고 좀 많이 논의하고 있다"며 "좀더 깊이 생각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윤대통령은 "여야 간에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 해서 국회가, 저도 대통령이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과 같이 국회를 바라볼 때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 문제고, 이게 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되지 않겠나. 해야 될 본연의 일을 해야 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
|
|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8.29 /사진=대통령실 제공 |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거듭 2차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윤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그건 뭐 10번이고 왜 못 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제가 이 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는 너무 달라서 저도 좀 한 번 깊이 생각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또한 2일 윤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에 대해 "이런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현재 국회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정상적 국회다라고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야당이) 탄핵 청문회를 남발하고 대통령 가족에게 '살인자'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며 "어제 계속 계엄설이 난무하고 윤대통령을 향해 언어폭력과 피켓시위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개원식에 참가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윤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켜보시죠"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개혁 추진하는 과정이 험난한 여정일지라도 4대 개혁을 비롯해 (윤대통령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옳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거대야당이 장악한 국회와 정부가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정국 자체가 쉽사리 해결되기 힘들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이날 양측은 민주당의 계엄설 제기를 놓고 또 한번 충돌하고 나섰다.
|
|
|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국회(정기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2024.9.2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 대표가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여야 대표회담에서 공식적으로 계엄 의혹을 언급하면서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며 "정치개혁에 있어선 대통령 소추권도 상응 조치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2일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박선원 의원 등이 계엄 괴담을 양산한다는 대통령실의 성명도 외면한 채 또다시 괴담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금방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분간 국회가 확실히 정상화 될 때까지 윤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가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야당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뭐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거대야당의 반헌법적 입법 강행이 근본 시작이고 엄연히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자 책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