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 대수술에 돌입했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인 소득대체율도 42% 상향한다. 결국 ‘더 내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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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연금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복지부 |
보건복지부는 4일 서울청사에서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제도로 기능해 왔지만,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심각한 지속 가능성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연금개혁은 국가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됐다”고 이번 개편안 취지를 댔다.
이번 개편안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제도로 개편 △청년과 미래세대 부담 완화 및 제도 신뢰성 회복 △다충 연금제도를 통한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 등 크게 세 가지 추진방향으로 구성됐다.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제도로의 개편을 위해 모수개혁, 기금수익률 제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세 가지 과제를 추진한다. 먼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한다. 다만 기업과 국민 부담을 감안, 보험료율은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세대별로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해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안이다.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연금 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50대는 매년 1%p씩 4년에 걸쳐 인상하고,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20대 청년들은 16년에 걸쳐 매년 0.25%p씩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즉, 50대의 경우 2028년에는 13% 인상률을 적용받는다.
조 장관은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둔 것은 청년세대가 ‘더 내고 덜 받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라며 “다만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두는 것이 첫 시도인 만큼 국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금의 소득보장 수준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도 2007년 법 개정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지만, 재정 안정과 함께 노후소득 강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고려해 42%로 인상한다.
또한 기금수익률도 상향시킨다. 기금수익은 국민연금의 주요 재원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금수익률이 1%p 올라가면 보험료율을 2%p 인상하는 것과 유사한 재정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조 장관은 “정부 제안대로 개혁이 이뤄지는 경우 2072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도 본격 추진한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매년 연금액을 인상하고 있으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게 되면 기대여명과 출생률 등 인구 변화도 연금액 조정에 반영하게 되는데, 이 경우 연금액 인상분이 물가상승분보다 낮아질 수는 있지만 기금 소진 시기는 더 연장된다는 것이다. 다만, 발동 요건이나 시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구체적 도입 방안은 국회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국민연금과 함께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도 개편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초연금은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2026년부터 저소득층 먼저 인상하고 다음 해부터 전대상 확대한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행 제도도 단계적으로 개선해 생계급여를 받고 있더라도 기초연금의 일정 비율을 추가 지급키로 한다.
퇴직연금의 경우, 현재 가입자는 653만 명으로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382조 원에 달하는데, 10.4%인 연금화 비율을 2035년 5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며, 개인연금은 가입 활성화를 위해 홍보 교육을 강화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연금화 비율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정부는 상생의 연금개혁으로 어르신부터 미래 세대까지 모든 국민들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신뢰받는 연금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연금개혁은 법률로 완성되는 만큼 국회는 연금특위와 여야정 협의체를 조속히 설치해 다층연금체계의 틀 속에서 포괄적인 개혁 논의를 진행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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