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원 서울외교포럼서 “규범 지켜지는 국제질서 중요 방패”
“한일관계, 감성적이냐 국익이냐 관점에서 과감한 선택 필요”
천영우 “러, 전쟁 도운 북한에 민감 기술 전수 때 가장 위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결과에 따라 국제질서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이날 외교부 국립외교원이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지속성과 변화’ 주제로 연 서울외교포럼에서 “만약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절제된 관여를 계속해나가겠지만,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고립주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낼 것인데, 미국이 나중에 후회하게 될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대단히 깊어진 상황이고, 정치적 고립주의로 나갈 경우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미국이 고립주의로 갈 경우 나중에 그에 대한 영향을 되받을 것이므로 상황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이사장은 “지금 미국의 리더십이 쇠퇴했다고 말하는데 사실 탈냉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물질·자원적 측면의 국력은 유지되고 있다. 세계 GDP의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의지가 약화된 것이다. 이는 국내정치적 요인에 기인한다. 가령 중국보다 약해보여선 안된다거나 국제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윤 이사장은 한국의 대외전략과 관련해선 4강에 둘러쌓여 지정학적으로 끼인 위치, 규칙 기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약화에 대한 우려, 북한 안보위협의 심화란 3가지 도전요인을 염두에 둘 때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동시에 일본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식민지배를 당할 때 국제사회는 힘이 바로 정의였던 때였다. 하지만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배할 때 우리는 세계 12위 경제국가가 됐다”면서 “작은 규모의 통상국가인 한국에 있어서 규범이 지켜지는 국제질서는 상당히 중요한 방패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현실적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 선택이고, 동시에 일본과 협력할 필요성이 커진다”면서 “한일관계가 나아갈 방향은 감성적이냐 국익이냐의 두 가지 관점에서 선택해야 한다. 한일관계를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삼을 과감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한미일 3국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대해 “3국이 안보와 경제 협력에 더해서 기술 협력까지 하겠다는 것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런 한편, 윤 이사장은 한중관계와 관련해선 “한중 간 무역의 70%가 중간재 수출이다. 이는 양국 경제관계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얽혀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과 간계는 상호존중 하에서 협력을 가오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외교포럼에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은 동아시아 3대 지각변동으로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 안보협력, 김정은의 통일 포기론, 북러 간 6.19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 체결을 지목했다.

천 이사장은 이번에 “푸틴은 김정은에게 큰 빚을 진 만큼 앞으로도 러북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61년 러시아로부터 스커드미사일 기술을 받지 못한 북한이 이집트에 가서 공군훈련을 시킨 대가로 기술을 이전받았을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외교부 국립외교원은 5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1층 대강당에서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지속성과 변화'(Continuity and Change in the U.S.-led International Order) 주제로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을 열고 있다. 2024.9.5./사진=외교부

이어 “러시아가 벌인 전쟁을 돕기 위해 탄약과 미사일을 갖다 바친 북한이 민감한 위성기술이든 군사기술을 러시아에 요구할 때 러시아가 모른척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면서 “북러 밀착으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중국뿐이다. 북한 전승절 때 중국대사가 불참한 것은 사전에 북한이 중국과 (북러 밀착에 대해) 상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쾌감을 보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형찬 국립외교원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80년간 지속되던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영토와 주권 보호에 기반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규범기반 질서가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은 이러한 미국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주의 질서의 최대 수혜자인 한국은 입체적 사고를 갖고, 한미동맹의 공고화 및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한반도 안보, 동북아 역학관계, 글로벌 위기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주도 자유주의, 규범기반 국제질서의 향방은 이 질서의 대표적 수혜국인 한국에 현실적 고민을 안겨준다”면서 “자유주의, 규범 기반 질서 수호는 여타 국가들의 책임 있는 역할을 필요로 하며, 한국은 글로벌중추국가(GPS)와 인태전략을 통해 국력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강 차관은 ▲한미일, NATO, G7과 같은 선진국 그룹과의 협력 강화 ▲글로벌 사우스와의 파트너십 강화 ▲비교 우위를 활용한 미래 ‘게임의 규칙’ 형성 주도 등을 통해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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