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팔레스타인과 충격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꼭 이겼어야 하고, 이길 것이라 믿었던 경기여서 충격적인 결과다. 그런데 경기 후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부진했던 경기 외에 다른 일로 안타까워도 하고 호소도 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FIFA 랭킹 23위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이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안방에서 무득점으로 비겼으니 팬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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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기자 주장 손흥민이 주저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
한국으로서는 상당히 꼬인 경기였다. 줄곧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이상하게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반에는 선수들이 제대로 몸이 풀리지 않은 듯 패스 미스도 잦았고 유효슈팅도 하나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강인이 황인범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돌파해 들어가 때린 결정적 슛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후반에는 이강인, 손흥민, 오세훈 등이 여러 차례 좋은 찬스를 잡았지만 골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쇼가 이어졌고, 손흥민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찬 슛은 골대를 때리는 불운도 겪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홍명보 한국대표팀 감독에 대한 관중들의 야유다. 경기장 대형 스크린에 홍 감독의 모습이 잡히기만 하면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홍명보 감독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 때문에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상당수 축구팬들이 항의 표시로 야유를 한 것이다, 관중석 곳곳에는 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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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전 관중석에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사진=더팩트 제공 |
경기 후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이런 경기장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결과를 아쉬워하고, 그래도 이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니 남은 3차예선 9경기에서 잘 준비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을 향한 관중들의 야유에 대해서는 "속상하다"면서 "감독님에 대해서 선택이 좋다, 안 좋다, 생각하실 수는 있겠지만 이미 결정된 것으로 저희가 바뀔 수 없는 부분들이다. 저희는 끝까지 계속 믿고 가야 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얘기했다.
손흥민은 "홈에서만큼은 우리가 스스로 적을 만들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관중석 쪽으로 향해 양 손을 들어올리며 야유와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런 행동을 한 데 대해 "그냥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경기 초반부터 야유가 쏟아진 점, 선수들이 못 하기를 바라는 듯한 응원에 대해 속상해 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김민재의 이런 돌발 행동이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하면서도 선수들이 더 힘을 내 뛸 수 있도록 팬들의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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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인이 팔레스타인전에서 좋은 찬스를.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잡은 이강인은 우선 자신이 좋은 골 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을 자책하면서 홍 감독을 향한 야유에 대해서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강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많이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며 "감독님이 저희와 함께 하게 되셨고 첫 경기였는은데, 응원보다 야유로 시작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선수들은 100%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을 따라야 된다. 감독님이 충분히 잘 해줬고 이기고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직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에 대한 야유로 엉뚱한 데 신경을 쓰느라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 한국은 3차 예선 홈 경기를 4번 더 치러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선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 부분(야유)은 내가 앞으로 견뎌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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