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저조한 가운데 전기차 업계가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대선 두 후보 모두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하이브리드 출시를 늘리는 등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선캠프는 최근 공화당의 공격에 대응하는 '팩트 체크'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리스가 모든 미국인이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을 강제하길 원한다'는 공화당의 공격에 대한 반론이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2035년까지 전기차 등 무공해 차량만 생산할 것을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러스트벨트'(rust belt·미 오대호 연안의 쇠락한 북부 공업지대)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자동차 산업이 지역 경제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2020년 대선 때에 비해 전기차에 대한 입장을 일 보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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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꾸준히 전기차 확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그는 '전기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며 전기차 확대 정책에 대한 비관적인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가 장거리 운전에 부적합하다면서도 단거리에는 쓸모가 있다'며 전기차 정책에 대해 한층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인 만큼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전기차 확대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전기차 제조 회사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올해 1~7월 미국 전기차 판매 점유율 10%로 첫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1위 테슬라를 바짝 추격했다. 좋은 흐름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차 생산 확대를 통해 전기차 시장 타격을 대비키로 했다.
GM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 GM 회장은 2025년 전기차 100만 대를 생산한다는 기존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선언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을 약속한 볼보도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연기했다. 볼보는 전기차 전환 수정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량의 90~100%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나머지는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한다.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신형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우리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끝낼 준비가 돼 있지만 시장과 인프라, 고객의 인식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면 몇 년을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업계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 캠프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은 만큼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동화 전환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면서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전에 비해 유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악화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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