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이 홍명보 감독과 한국축구를 위기에서 구했다. 꼭 필요할 때 결정적인 골과 도움으로 한국의 3차 예선 첫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에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극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오만과 원정경기에서 3-1로 이겼다.

한국은 앞서 지난 5일 안방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 1차전을 0-0으로 비겼다. 조 최약체로 꼽히는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답답한 경기를 펼친 끝에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으니, 축구팬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가뜩이나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각종 논란을 빚었던 홍명보 감독을 향해 맹비난이 쏟아졌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는 3차 예선 출발부터 경고등이 켜지는 위기를 맞았다.

이날 오만 원정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분명 한국이 앞서지만 늘 그랬듯 힘든 중동 원정길이었다. 30도가 넘는 더위로 선수들은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쁘고 땀 범벅이었다.

한국의 승리를 손흥민이 '원맨쇼' 하듯 이끌었다. 전반 10분 터진 한국의 선제골은 손흥민의 패스를 황희찬이 골로 마무리했디. 황희찬의 슛이 예리했지만 좋은 위치에 있던 황희찬에게 손흥민이 내준 패스가 슛 찬스를 만들었다.

전반 종료 직전 한국은 오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오만의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올라간 예리한 크로스를 정승현이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아 한국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 들어 한국과 손흥민은 아쉽고 찜찜한 순간을 맞았다. 후반 5분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VAR,)을 한참 한 중국인 주심 마닝이 자신의 판정을 번복해 페널티킥을 취소했다. 느린 화면으로 분명 손흥민이 걸려 넘어졌는데도, 페널티킥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후 한국 경기는 꼬이면서 추가 득점 없이 시간이 흘렀다. 1차전 팔레스타인전 악몽이 슬슬 떠오를 무렵, 손흥민이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후반 37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절묘한 볼 터치로 몸을 빙글 돌리며 마크하던 오만 수비를 따돌렸다. 이 때 손흥민 주위에는 5명의 오만 선수들이 에워싸고 있었댜. 손흥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체 없이 왼발 슛을 때렸고, 수비진 사이를 뚫고 나간 볼이 오만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날아가 꽂혔다.

손흥민의 환상적 골로 다시 리드를 잡은 한국은 오만의 반격을 막아내다가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보태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 골도 손흥민의 패스를 주민규가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뽑아낸 것이었다.

결승골과 2개의 도움으로 한국의 3골에 모두 관여한 손흥민은 홍명보 감독에게 첫 승을 안겼고, 자칫 더 큰 위기로 빠질 수 있었던 한국 축구를 살려냈다. 손흥민은 당연히 경기 공식 MVP(플레이어 오프 더 매치)로 선정됐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도 흐뭇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 후 토트넘은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이 황희찬의 선제골 때 함께 환호하는 사진을 게시하며 손흥민의 활약을 "필연적(inevitable)"이라고 표현했다. 손흥민이니까 해낼 수 있었다는 의미의 칭찬 메시지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1골 2도움으로 한국이 오만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다"는 경기 상황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9월 A매치 일정을 마친 손흥민은 곧바로 영국으로 이동해 토트넘 캡틴으로 복귀한다. 토트넘은 오는 15일 오후 10시 아스널과 맞대결로 다시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일정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