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단체 일부, '협의체 참여' 긍정 검토하지만 5대병원은 "논의 중"
반면 의사단체 모두 부정적…전공의·의대생들 침묵 이어가 참여 가능성↓
'2025년도 의대증원 백지화해야' vs 대통령실 '현실적으로 불가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2일 추석 연휴 시작을 앞두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의료단체 하나하나를 국민의힘과 협의해 가며 접촉하고 있지만, 협의에 필수인 의사단체는 정작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현재 최선을 다해 협의체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1일 오후 연합뉴스TV '뉴스워치'에 출연해 "의료계가 상당히 다양하다, 단체나 기관들이 많다"며 "거기 하나하나를 당과 협의해가면서 접촉하고 있고 또 일부단체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수석은 "지금은 최선을 다해서 추석 전에 극적인 자리가 만들어지면 더할 나위 없겠고, 그걸 위해서 저희가 지금 당과 공조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되겠냐 안되겠느냐는 의료계의 반응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 수석은 이튿날인 12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의료계가 핵심으로 꼽고 있는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해 "단체가 들어와서 의제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장을 하거나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저희 의견도 얘기를 하고 서로 의견교환이 가능하다"며 완전히 닫혀있지 않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걸 의제화하자 아니자, 뭐 이렇게 저희가 전제조건을 달아서는 안 되지 않냐"며 "의제로 삼는 것은 와서 대화를 통해서 해결을 해야 된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저희가 개혁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문제 해결방안들을 서로 찾아가면서 가고 있다"며 "오히려 전공의들도 바뀌는 현장을 봐야 돌아올 마음이 생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 수석은 "제가 비공식적으로 그렇게 많이 만나진 않았지만 전공의들의 마음이 증원한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시 와서 일을 하게 될 현장을 정말 수련의에 맞게, 또 그들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잘 바꿔준다면 오히려 그게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자 정부가 일반 환자에게 국군병원 응급실 12곳을 개방한 20일 오전, 한 민간인 응급 환자가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2024.2.20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추석 연휴 전까지 아직 13일 하루가 남아 있다. 당이 총괄해서 각 의료단체에게 연락하는 가운데, 대통령실 또한 연락을 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에 대해 기자들에게 "의료단체가 얼마 이상 참여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기엔 상황이 절박하다"며 "많은 의료단체가 참석하지 않아도 일부라도 먼저 시작해서 추석 전에 협의체가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정이 의료계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하며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고 있지만, 정작 의사단체들은 요지부동이다.

병원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 또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전국 5대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의 경우 "논의 중이다"며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사태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모두 부정적이다. 2025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기존 전제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의사단체 중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의대생 단체 2곳은 '묵묵부답',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시작부터 물거품이 될 위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인데, 지난 10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의대협 비대위원장 3명과 함께 "어떤 테이블에도 (의협)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입장이 전부다. 의대협은 줄곧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라며 입을 닫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관련 브리핑 직후 "정부는 2025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협의할 이유가 없다"며 "이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달라서 신뢰할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가 그만두면 당장 문제가 벌어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온 건 정부"라며 "전공의들이 불신하는 정책을 강해해 이탈을 불러온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