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물가가 둔화하며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됐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가 여전히 불씨를 남기고 있어 금리인하 시기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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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인하 결정과 함께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통화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는 오는 10월과 11월로 연내 두 차례를 남기고 있다.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0%에서 4.75~5.0%로 0.50%p 인하했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만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3.50%)과의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줄었다.
연준은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나섬과 동시에 연내 추가 인하방침을 예고했다. 연준은 이날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올해 내 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인하할 방침을 예고한 것이다. 올해 남은 FOMC는 11월과 12월 총 2차례를 남기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제시하며 1.0%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제 금융권의 시선은 한은으로 쏠리고 있다. 한은의 인하시점을 두고 ‘10월’과 ‘11월’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0월 인하의 경우, 물가가 물가안정 목표인 2%로 수렴하는 등 금리인하 여건이 마련된 데다가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고금리 상황으로 짓눌린 내수에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통화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114.54)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2.0%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내수부진 등의 영향으로 –0.2%,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수출은 호조를 보였지만, 민간소비(-0.2%) 등 내수는 여전히 부진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1분기에 비해 1.4% 감소했다.
11월 인하의 경우에는 가계부채 증가폭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달 정점을 찍었던 가계대출 증가속도는 이달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원으로 8월말보다 2조7227억원 늘었다. 현재와 같은 증가속도라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약 4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8월의 약 43%, 5개월 전인 4월(4조4346억원)과 비슷한 증가폭이다.
다만 이같은 가계대출 둔화세는 이달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추석 연휴에 따른 영업일이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가계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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